500년 역사 바로 세우기⋯국가 책임 있는 규명 필요 군위 산성면 묘 ‘진묘’ 주장⋯문중, 학계 연구, 고문서 근거 제시
조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충신 충의공 엄흥도의 묘소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후손들이 진묘 규명과 성역화를 공식 촉구하고 나섰다. 단순한 지역 현안을 넘어 오랜 세월 묻혀 있던 충절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요구다.
영월엄씨 군위군 문중은 지난 20일 군위군 산성면에서 ‘충의공 엄흥도 군위군 진묘 성역화 제안 고함’ 행사를 열고 국가 차원의 진묘 규명과 정비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군위군에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엄흥도 후손 30여 명을 비롯해 언론·학계·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묘소가 진묘임을 알리고, 정부의 책임 있는 조사와 성역화 추진을 촉구했다.
문중은 “진묘의 진위를 밝혀 500년의 한을 풀고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국가의 책임 있는 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진묘가 확인돼 후손들이 자긍심을 갖고 명예롭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번 움직임은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관객 14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단종과 엄흥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나왔다. 특히 영화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에서 마무리되면서, 이후 엄흥도의 행적과 묘소 위치를 둘러싼 궁금증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진묘 근거로는 다양한 사료와 연구가 제시되고 있다. 경북대학교 김광순 명예교수는 2009년 발표한 논문 ‘충의공 엄흥도의 삶과 묘소 진위에 관한 고찰’에서 고문서와 자료를 근거로 군위군 산성면 묘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엄흥도 20대손인 엄근수 종손은 “충의공은 둘째 아들 엄광순과 함께 군위로 내려와 세거지를 이루고 살았으며 사후에도 이곳에 묻혀 후손들이 대대로 제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또 군위 향토사 박용덕 위원은 “2019년 후손들이 보관해 온 1733년 병조 발급 완문과 관련 편지, 족보 등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탁했다”며 “완문에는 단종 시신 수습 공로로 후손들의 군역과 잡역을 면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는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처럼 관련 기록과 정황이 축적되면서 영월군 영월읍 팔괴리 묘는 가묘일 가능성이, 군위 묘소는 진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최근 방문객도 늘고 있다.
엄근수 종손은 “선조들은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진실을 바로 알릴 때”라며 “충의공 엄흥도의 진묘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 알리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고 말했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