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이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대구시장 ‘중진 컷오프(공천 배제)’ 기류에 대해 당헌·당규에 따른 공정 경선 원칙을 강조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중앙당의 인위적 컷오프나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되자 지역 민심 이반을 우려하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대구시장 공천 신청자 5명을 제외한 대구 지역 현역 의원 7명(강대식·권영진·김기웅·김상훈·김승수·김위상·이인선)은 19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시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인위적 컷오프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구시장 공천은 당이 만들어 온 민주적 경선의 전통을 존중해 당헌·당규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인위적 컷오프 방식으로는 시민 지지를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기는 선거를 위한 당력을 결집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앙당 공관위와 대구시장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도 우리의 뜻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집단 성명은 릴레이 회동과 거듭된 진통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날 대구지역 전체 의원들은 대구시당위원장인 이인선 의원 주재로 공천 관련 논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시장 선거에 출마한 초선 최은석·유영하 의원은 불참했다. 당 공관위의 ‘중진 컷오프’ 기류 속에 초선들이 엇박자를 내자 중진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고, 오후 3시에 회의를 재소집했다.
오후 회의에도 두 의원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격론 끝에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5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구 지역 의원 7명 명의로만 인위적 컷오프에 반대하는 공동 입장문이 발표됐다.
이인선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하향식이나 낙하산식 공천 대신 상향식 경선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공관위가 시민의 뜻에 따라 당헌·당규대로 컷오프 없이 후보를 선정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구시장을 역임했던 권영진 의원 역시 본인의 과거 경선 사례를 앞세워 상향식 공천에 힘을 보탰다. 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과거 2014년 대구시장에 출마할 때도 6~7명의 예비후보를 여론조사로 4명까지 압축한 뒤 ‘민심 50, 당심 50’ 룰로 경선한 전통이 있다”며 “대구 시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임의적이고 인위적인 컷오프는 동의받기 어렵고 후유증도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일방적인 중진 배제 대신 예비후보 9명 전원이 참여하는 여론조사 등을 통해 후보군을 자연스럽게 좁히자는 취지다.
대구 현역들이 이례적으로 집단 반발하는 기저에는 특정 인물에 대한 ‘전략공천 내정설’이 자리 잡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공관위가 중진들을 컷오프 한 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단수 공천하거나 초선인 최 의원을 시장 후보로 차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파다하게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중앙당이 주도하는 무리한 컷오프나 일방적인 전략공천이 자칫 ‘텃밭 민심’의 거센 역풍과 이반을 초래할 수 있다는 현역 의원들의 짙은 위기감이 이번 단체 행동을 끌어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