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100만 유튜버 납치 및 살인 미수 사건이 뉴스에 떴다. 헤드라인만으로도 너무 끔찍했다. 어떤 원한이 있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악의라는 게 이렇게 커질 수가 있단 말인가. 유튜버가 무사해야 할 텐데. 걱정되어 기사 몇 개를 더 찾아보다가 해당 유튜버의 이름이 뜬 것을 보았다. 수탉. 어? 수탉?
수탉은 내가 정말 자주 즐겨보는 공포 게임 전문 유튜버다. 밥 친구, 그래, 홀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할 때 눈과 귀과 심심하면 꼭 함께하는 이가 나의 밥 친구 수탉이다. 오랜 시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거나 작업이 끝나 무료할 때도 늘 수탉은 나와 함께였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에게 강한 내적 친밀감을 느끼곤 했다. 비속어를 쓰지 않으며 재밌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도 좋았고 게임을 하다 종종 실수하면서도 “쉽네” 그렇게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툭툭 내뱉는 유머 코드가 나에겐 딱이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겁이 많은 편이다. 학창 시절 시험이 끝나고 교실에서 링, 주온 이런 것들을 틀고 다 같이 볼 때면 나는 연신 손으로 눈을 가리곤 했다. 살짝 본 귀신의 비주얼이 너무 무서워서 꿈에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도 공포 영화를 보는 날에는 꼭 앞에 앉아 있었다. 무섭지만 즐기고 싶었다. 공포, 스릴러가 주는 감각이 다른 장르로는 채워지지 않았다.
하루는 동네 친구가 한국 공포 게임 화이트데이를 설치했다며 나를 초대했다. 직접 플레이할 마음은 없었기에 친구 옆에 앉아 교무실에 들어가 보라거나 전화는 받지 말라는 둥 괜히 입으로만 떠들어댔다. 경비가 쫓아올 때면 마치 현실에서 나타난 것처럼 둘이 호들갑을 떨며 방 안을 뛰어다녔다. 친구는 주인공에 이입해서 게임을 진행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저 그 모든 걸 바라보는 방관자이길 바랄 뿐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그래서 굉장히 흥미로운 공포 게임이 발매되어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혼자서는 그 세계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다 몇 년 전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수탉이 떠서 그가 진행하는 게임 영상을 봤다. 차분하고 흡인력 있는 목소리. 오늘 할 게임은- 하고 들어가는데 왠지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나와 달리 겁쟁이가 아니구나, 귀신의 집에 들어가더라도 이 사람에게는 내 앞을 맡겨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웬걸, 코너에서 행인 한 명이 불쑥 나타나자마자 그는 “엄마야!”하고 소리쳤다.
빠르게 호흡을 고른 후 그는 곧장 능청스럽게 다음 말을 이었다. “별일 없으신가 해서 불러봤어요. 필요한 거 없으시려나?” 나는 말 그대로 빵 터졌다. 뭐야. 이 사람도 겁이 없는 건 아니었구나. 오히려 덤덤하게 반응했다면 나만 놀라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나처럼 놀랐고, 우리가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는 걸 알았다. 무엇보다 공포를 환기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정말로 폼을 잡으려고 한다기보단 유머 한 스푼을 넣어 공포를 중화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귀신에게 붙잡히기 직전의 상황에서도 “무빙~ 무빙~”하며 무서운 장면을 얼핏 우스꽝스럽게 만들곤 했다. 그렇게 하나둘 그를 통해 나는 온갖 공포 게임을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유튜버 납치 및 살인 미수 사건 기사를 본 이후부터 나는 그가 적잖이 걱정되었다. 범인들이 잡히고 수탉이 구출되었단 기사를 보았지만 그가 입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당장 그를 떠올리면 웃고 즐길 수가 없을 것 같아 이전에 올렸던 영상들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방송을 그만둔다고 해도 상관없으니 그저 그가 빠르게 건강을 되찾기를 바랐다. 공포 게임 같은 것보다 훨씬 무서운 현실을 마주한 그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사건이 일어나고 한 달도 채 지나기 전에 수탉은 유튜브 커뮤니티에 수술 후 회복 중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것만으로도 속에 얹힌 무언가가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래도 아직 그의 이전 영상들을 보기엔 마음이 쓰였다. 게임 안이 아닌 게임 밖에서 수탉은 나아지려고 애쓰고 있을 테니까.
놀라운 일은 그다음이었다. 해를 넘기기도 전에 방송에 복귀한 것이다. 정말? 괜찮을까? 그렇게 힘들었던 그를 보며 웃어도 될까? 그런 마음도 잠시 그가 올린 첫 유튜브 영상을 보며 나는 웃음과 감탄을 동시에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게임 도중에 길을 못 찾고 헤매고 실수하자 “아, 원래는 쉽게 깨는 건데, 제가 회복이 덜 되어서 그렇습니다. 양해 부탁드릴게요.”라는 말로 넘겨버린 것이다.
수탉은 나의 밥 친구이자 슬픔과 고통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중화할 줄 아는 사람이다. 멀지만 가까운 마음으로 계속 그를 응원하고 또 함께할 것이다.
/구현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