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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독신세’ 논쟁을 보며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6-03-15 17:21 게재일 2026-03-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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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경제에디터

요즘 일본에서는 이른바 ‘독신세 논란’이 가장 뜨거운 정책 논쟁 가운데 하나다.

SNS에서는 “4월부터 독신세가 시작된다”는 말이 퍼졌다. 실제 독신자에게 새로운 세금이 생긴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저출산 대책 재원 마련을 위해 의료보험료에 ‘아동·육아 지원금’을 추가로 얹어 징수하기로 하자 이를 두고 일부에서 ‘독신세’라는 표현을 쓰면서 논쟁이 커졌다.

제도의 구조는 단순하다. 연봉 600만엔 정도의 직장인은 매달 약 600엔가량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문제는 부담 대상과 수혜 방향이 다르다는 데 있다.

자녀가 없든 자녀 양육을 마친 고령층이든 같이 부담한다. 그러나 실제 혜택은 아동수당이나 육아 지원 등 자녀 가구에 집중된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왜 싱글이 육아 비용을 대신 부담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설명은 다르다. 아이와 육아 가정을 사회 전체가 함께 지원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미래 노동력이며 장차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며 연금과 복지 체계를 떠받치는 세대다. 그럴 경우 무자녀인 사람 역시 결국 그 혜택을 받게 되므로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논리다.

결국 이번 논쟁의 본질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아이를 누가 키우는가.” 이 질문이다.

일본 정계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논쟁은 오래됐다. 2009년 민주당 정권은 “아이를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철학 아래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도입했다. 반면 당시 야당이던 자민당은 “육아 책임은 기본적으로 가족이 맡아야 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이후 정책 방향은 바뀌었다. 자민당 정권에서도 유아교육 무상화와 아동수당 확대 같은 정책이 추진됐다. 출산율 하락이 그만큼 심각해진 때문이다.

일본의 출산율은 여전히 하락세다. 2024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1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정책은 확대되지만 아이는 늘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최근 ‘육아 페널티’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경제적 부담이 된다는 인식이 그만큼 확산됐다는 의미다.

일본의 ‘독신세 논쟁’은 정책 차원의 갈등을 넘어 사실상 사회계약과 관련된 문제다. 아이를 낳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성장해 사회의 노동력과 납세자가 되고 결국 연금과 사회보장 체계를 유지한다. 그렇다면 그 비용을 개인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할지, 아니면 사회 전체가 분담해야 할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이 논쟁은 한국에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본보다 훨씬 낮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저출산 정책을 지원금 확대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저출산 정책의 핵심은 돈이 아닌 사회적 합의라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그 이유를 국민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결국 일본의 ‘독신세 논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아이를 키우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아이 없는 사회를 받아들일 것인가.

/김진홍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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