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적대시하는 정치적 양극화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시대에, 미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책 ‘어번던스’(한국경제신문)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논픽션 부문 1위에 오른 이 책은 빌 게이츠와 버락 오바마의 추천으로 더욱 주목받으며, 진보 성향 저자들이 민주당의 정책 실패를 정면 비판해 논쟁을 촉발시켰다.
저자 에즈라 클레인(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과 데릭 톰슨(‘애틀랜틱’ 편집장)은 “미국의 만성적 결핍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 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주택난, 청정에너지 부족, 비효율적 공공 프로젝트 등이 오랜 기간 누적된 정책적 선택으로 발생했으며, 역사적 실수나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1970년대 도입된 규제가 2020년대 도시 확장 및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 것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주조차 탄소 중립 추진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대신 원자력 발전 폐쇄나 태양광 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 이는 진보 진영의 이념적 구호와 현실적 행동 사이의 괴리를 드러내는 사례다. 보수 진영 역시 시장 자율성만 강조하다 공공 프로젝트 협력을 거부하며 문제를 악화시켰다.
정치적 대립은 정부의 실질적 역량을 약화시켜 사회 인프라 투자와 과학 기술 개발을 방치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정책의 역설”이 분파적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양 진영의 자기반성을 촉구한다. 진보 진영은 규제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 주택 공급 규제 완화, 과학 연구 지원 체계 개선 등을 요구한다. 이들은 “주거권을 인권이라 외치면서 부유한 도시들은 주택 건설을 막는다”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수 진영은 정부의 개입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시장 자율성’만을 강조하며 청정에너지 시설 건설, 공공 인프라 확충 등 정부의 역할을 외면해온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민주당 지지 주에서도 탄소 중립 정책을 방해하는 모순적 태도가 드러나는 가운데, 보수 진영은 이념적 대립을 넘어 재생에너지 개발·도시 확장 지원·과학 기술 연구 등 공공 프로젝트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이 정의한 “어번던스(풍요)”는 주택, 사회 인프라, 청정에너지, 의료 분야에서 실질적 개선을 이뤄 모두가 더 나은 삶을 누리는 상태다. 저자는 “풍요는 제도를 끊임없이 개선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이를 위해 진영 대립이 아닌 협력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