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PV가스 LPG 공급 중단 인니 찬드라아스리 원료 부족 중동 충돌에 아시아 공급망 흔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동남아 에너지·석유화학 기업들이 잇따라 ‘불가항력(포스마주르)’을 선언하는 등 공급망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 국영 가스기업 페트로베트남가스(PV가스)는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PV가스 자회사인 PV가스 트레이딩은 베트남 남부 고객들에게 보낸 통지에서 오는 10일 이후 LPG 배송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공급 차질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2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운영하는 항만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 다른 하나는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 항행이 제한된 점이다.
PV가스는 최소 두 척의 유조선과 중동 지역 생산시설이 공격을 받으면서 3월 후반부터 4월 말까지 중동산 LPG 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측은 고객들에게 “동아시아 전반에서 LPG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체 물량 확보를 시도하고 있으나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LPG는 가정용 조리·온수용 연료뿐 아니라 차량 연료와 산업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핵심 에너지원이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도 최근 수출입 기업들에게 물가 상승 가능성을 경고하며 에너지 및 상품 공급망 다변화를 권고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찬드라 아스리 퍼시픽(Chandra Asri Pacific)은 3일 원료 공급 차질을 이유로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한 이후 나프타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 조달이 어려워졌다며, 대응 조치로 공장 가동률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찬드라 아스리는 인도네시아 대기업 바리토 퍼시픽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바섬 반텐주 칠레곤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두고 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전체 수입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원유 20~25%, LPG 약 30%에 달한다. 정부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부 원유 수입을 미국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원유·연료 비축량은 약 20일 수준이지만, 정부는 최대 3개월 분량을 저장할 수 있는 비축시설 확충 계획도 추진 중이다.
중동 군사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동남아 에너지와 석유화학 공급망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