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재위촉 앞둔 상임연출자 연극계 30년 경력·성과에도 배제 市의 정치적 판단 개입 의혹 제기 지역 예술계 공정성·형평성 문제 문화예술 연속성 저해 우려 목소리
포항시립연극단의 상임연출자인 박장렬 연출자가 오는 2월 말로 예정된 재위촉을 앞두고 포항시로부터 갑작스럽게 재임용 불가 통보를 받아 지역 문화예술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연출자는 2024년 2월 2년 임기로 위촉된 이후 30년 이상의 연극 경력과 탁월한 성과를 바탕으로 재위촉이 기대됐으나, 포항시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장의 사임 이전에 이미 재임용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차웅 상임지휘자는 박 연출자와 동일하게 2024년 2월 위촉돼 이번에 재임용 통보를 받으며 두 기관의 결정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장렬 연출자는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 동인 출신으로, 서울연극협회 회장과 경남도립극단 초대 예술감독을 역임한 국내 대표 연극인이다. 주요 연출작으로는 ‘토지’(I·II), ‘리어왕’, ‘집을 떠나며’, ‘레미제라블’ 등이 있으며, 희곡 ‘72시간’, ‘나무물고기’, ‘원맨쇼’ 등을 집필하며 극작가로서도 활약해왔다. 그는 200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 2017년 서울시 문화상 연극부문, 2021년 대한민국 문화예술발전 유공자상(연극 부문)을 수상하며 예술적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최근에는 재위촉을 앞두고 시민과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선보이며 창작 의지를 드러냈으나, 갑작스러운 통보로 인해 향후 활동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포항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이강덕 시장이 사임하기 전 1월 초 내부적으로 재임용하지 않기로 결정됐다”며 “선거 이후 공모 절차를 통해 새로운 연출자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연출자의 재위촉 불발 사유가 지방선거와 시장 사임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차웅 지휘자가 동일한 시기 재임용되며 두 예술단체의 결정이 엇갈린 점에 대해 지역 예술계는 “형평성과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장렬 연출자는 “그동안 포항시립연극단을 이끌며 지역 연극 활성화에 힘썼다”며 “갑작스러운 결정에 아쉬움이 크지만, 앞으로도 연극 발전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포항시는 “새 연출자 공모 과정에서 다양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해 연극단의 도약을 이끌겠다”고 강조했으나, 일각에서는 “오랜 경험과 성과를 쌓은 예술가를 배제하는 것은 지역 문화예술의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중진 연극인은 “이번 사태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의 인사 정책이 예술단체 운영에 미친 영향의 사례다. 공모 과정의 투명성과 예술적 평가 기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화예술과 일부 관계자나 연극단 내 특정 단원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며 “공무원들이 공익보다 사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한 결과로 비춰질 수밖에 없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익 중심의 업무 태도 확립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