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지하수와 토양에 숨어 건강을 위협하는 1급 발암물질 ‘6가 크로뮴’의 검사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과 포항가속기연구소(PAL)는 환경 시료 내 6가 크로뮴 함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규조토 인증표준물질(CRM)’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6가 크로뮴은 강한 독성을 지닌 산화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최고 등급 유해 물질이다. 산업 시설은 물론 지하수, 놀이터 모래 등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어 엄격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간 환경 분석 기관마다 측정 결과가 미세하게 달라 데이터의 신뢰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표준 답안지(CRM)’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기존 ‘습식 분석법’은 고체 시료를 용액에 녹이는 전처리 과정이 필수였다. 이 과정에서 6가 크로뮴의 성질이 변하거나 함량이 실제보다 낮게 측정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사광 X선 흡수 분광법(XAS)’을 도입했다.
태양보다 수억 배 밝은 강력한 방사광을 이용해 시료를 파괴하지 않고도 6가 크로뮴 고유의 에너지 신호를 포착하는 방식이다. 마치 병원에서 MRI로 몸속을 들여다보듯 시료의 원형을 유지한 채 측정하기 때문에 전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원천 차단하고 미세한 편향까지 보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국가 환경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유럽의 유해물질 제한 지침(RoHS) 등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국내 수출 기업들에게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허성우 KRISS 무기측정그룹장은 “가속기를 측정 표준 연구에 적용해 기존 분석법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시도”라며 “이번에 개발한 CRM이 환경 분석 현장의 필수적인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