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이나 색소를 사용하지 않고도 복잡한 미세 가공 공정 없이 다채로운 색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나노 구조색 광학 소자가 개발돼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보안·디자인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경북대학교 전자공학부 도윤선 교수와 화학공학과 정수환 교수 연구팀은 색소나 물감 성분 없이도 예술 작품 수준의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는 신개념 광학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기존 나노 구조색 기술의 한계로 지적돼 온 복잡한 리소그래피 공정을 생략하고, 대면적 제작이 가능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조색은 나비의 날개나 공작새의 깃털처럼 미세한 구조가 빛과 상호작용하며 색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색이 바래지 않고 내구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기존 기술은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은 나노 패턴을 정밀하게 새겨야 하는 반도체 공정을 필요로 해 제작 비용이 높고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세 패턴을 직접 가공하는 대신, ‘양극산화 알루미늄(AAO)’을 구조색 설계에 적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AAO는 알루미늄을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나노미터 크기의 기공이 규칙적으로 형성되는 소재로, 별도의 정밀 가공 없이도 나노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동일한 구조 안에서 여러 색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하나의 패널 위에 다양한 색이 공존하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으며,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이미지를 재현해 기술의 표현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 휘어지는 플라스틱 기판에서도 동일한 색 구현이 가능해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나 곡면형 광학 소자로의 확장 가능성도 확인했다.
양극산화 공정은 이미 항공기 부품이나 대면적 알루미늄 표면 처리 등에 활용되는 산업 공정으로,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기존 공정과의 호환성이 높아 대면적 양산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도윤선 교수는 “기존 나노 컬러 기술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복잡한 미세 가공 공정을 AAO 기공 구조 제어라는 새로운 설계 방식으로 대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색을 두께가 아니라 빛의 성질로 제어하는 구조색 설계 개념이 디스플레이는 물론 보안·위조 방지, 예술·디자인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경북대 전자공학부 조효종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산업통상부 산업기술알키미스트프로젝트와 한국연구재단 STEAM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머티리얼즈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 2024년 12월 7일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