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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곧 생존의 벽” 성인봉 칼바람으로 들어간 울릉의 파수꾼들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1-21 15:27 게재일 2026-01-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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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강풍 속 1박 2일 실전 훈련
설동 구축 및 구조 기술 숙달
동계 훈련에 참여한 울릉군 산악구조대원들이 성인봉 정상에서 환한 미소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울릉군 산악 구조대 제공


겨울의 울릉도는 자비가 없다. ‘울릉의 지붕’이라 불리는 성인봉(984m) 정상부는 허리까지 차오른 눈더미와 살을 에듯 불어오는 칼바람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이 극한의 공간을 삶과 죽음의 경계로 상정하고 자신을 밀어 넣은 이들이 있다. 바로 울릉군 산악구조대다.

이번 훈련의 백미는 단연 ‘설동(雪洞) 구축’이다. 조난 상황에서 눈은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이기도 하지만, 적절히 활용하면 체온을 지켜주는 유일한 방벽이 된다. 대원들은 매서운 기상 조건 속에서 안전한 위치를 선정하고 내부 공간을 확보하는 한편, 무너지지 않는 설동을 만드는 비법을 공유했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 숙달을 넘어, 고립된 환경에서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실전적 대응을 펼쳤다. 이 밖에도 대원들은 ‘설상 보행 및 활락 정지(미끄러짐 방지)’, ‘안자일렌(밧줄 연결) 보행’, ‘설산 등·하강 확보법’ 등 고난도 구조 기술을 연마했다. 또한, 탐방객들의 길잡이가 될 등산로 유도 밧줄과 표식기 정비를 통한 현장 대응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대원들이 적절히 활용하면 체온을 지켜주는 유일한 방벽이 되는 ‘설동(雪洞) 구축’을 구축하고 있다. /울릉군 산악 구조대 제공

울릉군 산악구조대의 존재감은 이미 수치로 증명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봉래폭포 인근 조난객을 단 20분 만에 구조한 사례나, 가을철 추락 사고 시 신속한 헬기 이송을 지원한 활약상은 이들이 왜 ‘울릉의 파수꾼’이라 불리는지 보여준다.

특히 이번 훈련은 신입 대원들에게는 혹독한 ‘신고식’이자 선배들의 비결을 전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서로의 밧줄에 의지하는 과정은 단순한 훈련을 넘어, ‘동료의 생명이 곧 나의 생명’이라는 팀워크를 공고히 하는 장이 됐다는 평가다.

장민규 울릉군 산악구조대장은 “겨울철 산악 사고는 기상 변화에 따른 위험 요소가 매우 크다”라며 “이번 설동 훈련을 통해 혹한 속에서도 군민과 탐방객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대응 능력을 한층 강화했다”라고 말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성인봉의 능선 위에서, 이들은 보이지 않는 안전의 그물을 짜고 있다. 자연의 위엄 앞에 선 인간의 작지만 강인한 의지가 울릉의 겨울을 지탱하는 이유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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