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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울퉁불퉁해지는 세계를 위한 UN의 역할

등록일 2026-01-21 18:18 게재일 2026-01-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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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 후 극단적 ‘미국 우선주의’···국제협력 체계 뿌리째 흔들어
경제·통상 분야서 시작···국가 간 정치와 외교의 장서도 ‘우월주의’ 확장
다자간 협력 붕괴 전 지구적 위기···UN 중심으로 세계인들 지혜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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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득수 지속가능ESG연구소장

새해 벽두부터 기대와 희망보다 절망적 소식들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지난 3일 미국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한 주요 지역을 공습 현직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부부를 납치해 미국으로 압송했다. 그리고 7일 트럼프는 66개의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고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8일에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자신에게 국제법은 필요 없고, 자신을 멈출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만의 생각뿐”이라며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내었다. 국가 간 협력을 중심으로 구축된 국제질서를 무시하고 힘을 내세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제국주의로의 회귀 선언이다. MAGA(Make America Great America)와 함께 부활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전 세계는 자국의 국익만을 앞세운 ‘공격적 일방주의’와 ‘양자 협상’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변하게 하고 있다. 극단적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어렵게 유지되어 온 전 세계적인 국제협력 체계를 뿌리째 흔들고 다시 세계를 울퉁불퉁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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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진행 상황을 참모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그동안 지구는 UN을 중심으로 한 국제기구와 GATT와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다자주의 무역시스템과 같은 국제 협약을 중심으로 비교적 평화롭게 유지되어 왔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기구의 필요성에 따라 1919년 창설된 국제연맹에 이은 제2차대전의 반성 속에, 1945년 탄생한 UN(국제연합)은 전쟁 없는 지구를 위해 실로 많은 일들을 해왔고 질서 있는 국제사회를 지탱해 왔다.

사실 지구상에서 전쟁이 완전히 사라진 평화로운 상태를 의미하는 전쟁 없는 지구는 역사적으로 실제로 실현된 사례는 매우 드물고 제한적이다. 역사적으로 유일한 사례는 기원전 27년부터 기원후 180년까지 약 200년간 로마 제국 내에서 대규모 전쟁이 없었던 로마 평화(Pax Romana) 시기 외에 뚜렷이 기록된 사례가 없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평화 구축, 외교, 국제법 등을 통해 전쟁 억제와 평화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완전한 전쟁 없는 지구 실현은 여전히 이상적 목표이다. 여러 지역에서 전쟁이나 무력 충돌이 반복되는 다양한 갈등과 위기가 지구상에 늘 존재하지만, 199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 중단과 소련의 해체의 ‘사회주의의 종말’ 이후 미국이‘유일 초강대국’으로 자처하는 새로운 국제환경에서 짧은 시기이었지만 전쟁 없는 지구의 Pax Americana가 실현되었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과 미국식‘자유민주주의’와‘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전파해 사실상 세계 지배를 실현한 것 같은 위장된 평화의 시기가 그것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자유주의 국제질서’는 경제적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IBRD)과 같은 국제기구와 ‘관세와 무역에 관한 협정’(GATT), 우루과이 라운드(UR), 세계무역기구(WTO) 등 경제협정을 통한 이른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세계 체제를 뜻한다. 저명한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2005년 자신의 저서‘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정보·자본·생각·사람의 이동이 자유롭게 되어 세상은 평평해졌다”고 했다. 즉, 미국 주도의 평평해진 세계화가 국경 이동의 벽을 사라지게 하면서 자유무역과 교류를 통한 자유로워진 인적·물적 왕래와 투자가 궁극적으로 전 세계 이익에 이바지하는 시대를 만든 것이다.

이 같은 평평해진 세계화를 통해 잠시나마 전쟁 없는 지구와 자유시장 경제체제와 민주주의의 확장을 주도하였던 미국의 변심이 세계를 다시 울퉁불퉁하게 하고 있다. 새해 벽두에 들려온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종언을 고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이제 세계는 ‘국제협력의 규범’이 아닌 ‘철저한 자국 이익’이 지배하는 정글로 변하고 있다. 경제·통상 분야에서 시작된 ‘미국 우선주의’ 관철이 이제 국가 간 정치와 외교의 장에서도 강자의 논리대로 마음대로 하겠다는‘미국 우월주의’로 확장되며 정복자의 가치관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한 트럼프 2기의 국가정책은 국제사회의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세계 질서에 중대하고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국제기구에 의한 협상·중재·조정의 질서보다 강대국 중심의 힘의 논리가 우선되는 식민지 시대로 회귀하는 분위기 속에 ‘국제기구 무용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분쟁과 국제 갈등에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던 국제기구의 무능함이 트럼프의 일방주의식 힘의 논리 앞에 속수무책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전쟁의 잿더미와 분열로부터 지구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UN 설립을 주도하였던 미국이 국제기구를 불신하고 무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국제협력의 시대’가 지고‘제국주의 시대’의 부활이라는 우려가 높다. 특히 UN 산하 기구를 비롯한 66곳의 국제기구에서 탈퇴는 UN의 역할 축소와‘국제기구 무용론’에 더 힘이 실리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국제기구 역할의 필요성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트럼프주의(Trumpism)가 더 강화될수록 UN의 역할은 한층 더 중요해질 것이다. 트럼프주의(Trumpism)가 부른 필연적 역설(Paradox)이다. 트럼프의 기행적 조치들에도 여전히 기후 변화 대응, 보건 위기, 인권 보호 등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주의 체제의 필요성은 상존한다. 다자간 협력의 붕괴는 전 지구적 위기 대응력을 불가능하게 한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빠진 빈자리를 중국이 채우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유럽 등 전통적인 우방국들 또한 미국의 독자 행보에 강한 유감을 표하다 결국 외교적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석좌교수는 결정의 본질(Essence of Decision)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의 중요한 동력은‘계산 착오’이며 자신의 능력은 과대평가하고 상대방을 과소평가하면서 비극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 이후 ‘공격적 일방주의’와‘양자 협상’이 지배하는 세상은 또 다른 전 지구적 비극의 시작일 수도 있다. 다시 세상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협력하여 트럼프의 미국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UN을 중심으로 세계인들이 지혜를 나눠야 한다.

/서득수 지속가능ESG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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