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2주 전 주말 수창청춘맨숀에 다녀왔다. 대구 중구 수창동에 자리한 수창청춘맨숀은 한때 KT&G 연초제조창 직원들의 사택으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도시 재생 과정을 통해 리모델링된 이곳은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긴 채 청년 문화예술을 위한 창작 플랫폼으로 재탄생했다. 낡은 주택 구조를 유지한 채 전시장과 문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오히려 이러한 구조적 특징 덕분에 이곳은 더욱 예술적으로 느껴졌다.
수창청춘맨숀에서는 전시회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구 근현대 예술사를 구성해 온 인물들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여, 관람객들이 예술을 더욱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기록과 연표로만 남아 있던 예술가의 생애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예술을 매개로 연결되는 지점을 만들어내고, 같은 지역 예술인의 일생을 감상하며 예술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는 무용가 고(故) 김상규와 성악가 김귀자, 두 예술가의 삶과 예술 세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김상규는 광복 이후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한국 근대 무용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혼란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그는 춤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언어를 구축했고, 대구 무용계의 출발점이 되는 역할을 했다. 그의 삶은 예술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시대를 견디게 하는 신념이었음을 보여준다.
김귀자는 대구 출신의 성악가로, 해외 유학을 통해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뒤 귀국해 무대와 교육, 예술 행정 전반에서 활동해 왔다. 특히 오페라 분야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며 지역 음악 문화의 성장에 기여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예술 인생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귀자의 그간 공연과 인터뷰 영상도 함께 볼 수 있어 성악에 대한 그의 혼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두 예술가가 마주했던 시대의 분위기와 내면의 감정을 청년 예술가의 언어로 풀어낸다.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되어 이들의 예술적 행적을 다각도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과거의 예술가를 ‘기억해야 할 인물’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와 대화를 나누는 존재로 만나게 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 참여한 청년 예술가들은 수창청춘맨숀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주거 공간이었던 흔적 위에 놓인 작품들은 예술가의 삶과 공간의 기억을 겹쳐 보이게 하며, 예술이 특정한 무대가 아닌 삶의 자리에서 비롯된 것임을 환기한다.
수창청춘맨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오는 2월 27일 금요일까지 열린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니, 대구 예술인의 삶을 함께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김소라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