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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생명을 구한 자연이 만든 동물의 생존 전략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1-15 17:14 게재일 2026-01-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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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옥특한 생태환경 적용 메커니즘 통해 인간 의학 기술의 재탄생 과정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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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서가 펴냄, 매트 모건 지음,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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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모건 박사는  ‘인간은 동물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에서 캥거루의 삼중 질 구조(체외수정), 개구리의 피부 호흡(인공 폐), 고래의 심박 조절(심부전 치료) 등 동물 생존 메커니즘이 의학 혁신으로 이어졌음을 밝히며, 동물 실험 윤리적문제와 인간-동물 공존 필요성을 강조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인류의 생명을 구한 것은 첨단 기술이 아닌 자연이 만든 동물들의 독특한 생존 전략이었다. 영국의 중환자 전문의 매트 모건 박사가 신간 ‘인간은 동물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지식서가)에서 밝힌 것처럼, 캥거루·기린·개구리 등 동물들의 신체 메커니즘은 현대 의학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동물학적 발견이 어떻게 인간 치료법으로 재탄생했는지, 나아가 인간과 동물의 공존 필요성을 묻는다.

호주 캥거루 암컷은 세 개의 질(腟)을 갖고 있다. 이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체외수정(IVF) 성공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캥거루의 삼중 질 구조는 수정란의 안전한 착상을 돕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는 1977년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탄생으로 이어졌다. 모건 박사는 “동물의 번식 메커니즘은 인간 생명의 기적을 재현하는 열쇠였다”고 말한다.

기린은 목이 길어 폐활량이 크다. 하지만 높은 나무 위의 잎을 먹을 때는 머리를 갑자기 숙여야 하므로 혈압 조절 시스템이 발달했다. 현재 이 원리를 이용한 천식 치료제가 임상에 진입했으며, 기린의 점진적 호흡 패턴은 인공호흡기 설계에도 차용되고 있다.

개구리는 피부로도 산소를 흡수한다. 이 특성을 모방한 인공 폐장치가 개발되며 중환자실 생존율이 크게 올랐다. 특히 폐렴 등으로 호흡기에 이물질이 유입됐을 때, 개구리의 이물질 배출 메커니즘은 기도 확보 기술 개선으로 이어졌다. 모건 박사는 “개구리가 비스킷 조각을 흡입해도 살아남는 방식을 연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전한다.

혹등고래는 잠수 시 심박수를 분당 2회로 낮춘다. 이 극단적 심박 조절 능력은 심부전 환자 치료에 응용됐다. 고래의 심장 구조를 분석한 결과, 심근 수축력을 유지하는 특정 단백질이 발견됐고, 이를 활용한 약물이 현재 임상 3상에 돌입했다. 모건 박사는 “150kg 고래의 심장이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총 4부 1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땅·하늘·바다·땅속’이라는 네 가지 생태 환경을 중심으로, 생물의 독특한 적응 메커니즘이 인간 의학 기술로 재탄생한 과정을 추적한다. 

1부 ‘땅’에서는 캥거루의 삼중 자궁 구조가 체외수정 기술 발전으로 이어진 사례와 개미 군집의 협력적 면역 시스템이 백신 설계에 영감을 준 과정을 조명한다. 

2부 ‘하늘’에서는 철새의 장거리 이동 경로 최적화 메커니즘이 응급 구조 헬기의 연료 효율성 향상에 적용된 사례와, 맹금류의 눈 구조가 망막 질환 진단 기술 개선에 기여한 사실을 분석한다.

3부 ‘바다’에서는 고래의 잠수 시 심박수 조절 전략(범고래의 분당 2회 심박)이 심부전 환자의 심장 재활 프로그램 설계로 연결된 과정과 산호초의 광합성 공생 관계가 인공 장기 배양 기술에 도입된 사례를 소개한다. 

4부 ‘땅속’에서는 지하 미생물의 항생제 생성 능력이 슈퍼박테리아 퇴치 신약 개발로 확장된 사례와 흰개미 둔덕 구조가 에너지 절약형 건축 설계에 적용된 혁신을 탐구한다.

모건 박사는 동물 장기 이식과 신약 개발을 위한 동물 실험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돼지 심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크세노이식’ 기술은 성공을 거뒀지만, 동물 복지와 생명 윤리 논쟁을 촉발했다. 그는 “동물을 단순한 실험 도구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공존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단세포 박테리아부터 고래까지 모든 생명이 인류의 스승”이라 말한다. 실제로 남극 펭귄의 동결 방지 단백질은 저체온증 치료제로, 바퀴벌레의 신경계는 마비 환자 재활 로봇 설계에 활용되고 있다. 모건 박사는 “개구리의 피부 호흡이나 캥거루의 자궁 구조가 미래 의료 혁명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책을 마무리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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