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육군으로부터 50년 만에 예하 사단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되찾는다. 이에 맞춰 해병대 작전사령부 창설과 장교 대장 진급, 전력 증강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31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준(準)4군 체제로의 해병대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준4군 체제는 해병대를 해군 소속으로 유지하되, 해병대사령관에게 육·해·공군 참모총장에 준하는 수준의 지휘·감독권을 부여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구상이다.
국방부는 현재 육군 제2작전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고 있는 해병대 1사단의 작전통제권을 2026년 말까지 해병대로 원복하기로 했다. 또 육군 수도군단의 작전통제를 받고 있는 해병대 2사단의 평시 작전통제권도 2028년 내 해병대로 환원할 방침이다.
다만 해병대 2사단의 전시 작전통제권은 즉각 환원이 아닌 중장기 군 구조 개편과 연계해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안 장관은 “2040년을 목표로 한 군 전력·병력·부대 구조 개편이 진행 중”이라며 “수도권 서측 방어를 담당하는 17사단, 51사단 등 기존 육군 전력 구조 변화와 연동해 판단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사단은 평시 작전통제권을 우선 환원하되, 전시 작전통제권은 향후 군 구조 개편 결과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방부는 해병대에 별도의 작전사령부를 창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육·해·공군에는 각 군 작전사가 존재하지만, 해병대에는 전체 예하 부대를 통합 지휘하는 작전사령부가 없다.
해병대 1·2사단의 작전통제권이 해병대로 환원될 경우, 서북도서 해병부대를 지휘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해병대 작전사령부로 승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안 장관은 해병대 장교의 대장(4성) 진급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해병대사령관의 계급을 현행 중장에서 대장으로 격상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해병대 장교 가운데 최고 직위는 중장 계급의 해병대사령관으로, 임기를 마치면 통상 전역해 왔다. 국방부가 검토 중인 대장 진급 방안은 해병대사령관 임기 이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이나 합동참모본부 차장 등 기존 대장 보직에 해병대 장교가 진출할 수 있도록 인사 구조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안 장관은 “현재 대장 정원은 8명으로 1석이 공석 상태”라며 “정원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기존 정원 내에서 보직 운용을 조정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병대 지휘 체계는 군정과 군령을 분리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안 장관은 “해병대사령관은 군정을 담당하고, 작전사령관은 군령을 담당하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작전사령관의 계급은 3성으로 검토되고 있으며, 지휘 체계상 해병대사령관이 선임, 작전사령관이 후임이 되는 구조라는 점도 밝혔다.
국방부는 해병대 병력이 전체 군의 약 5.7%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합동·국직 보직에서 해병대 장성 비중이 낮았던 점을 고려해, 합참 공통직위와 국직부대를 중심으로 인사 균형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병대 병력 정원은 현재와 같은 2만 8800명 수준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병대 회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밀리토피아 바이 마린’은 ‘해병대 회관’으로 병기해 해병대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안 장관은 “해병대가 준4군 체제에 걸맞은 지휘구조와 참모조직, 그리고 장비와 무기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변화할 해병대의 모습을 ‘국군조직법’에 명시해 상륙작전과 도서방위 등 국가전략기동부대로서 수행하게 될 임무들을 법령에 담을 예정이며, 이를 위한 해병대 전력 증강 등을 조기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병대 준4군 체제 개편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서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월 18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해병대 지휘체계를 언급하며, 해병대 소속 사단의 작전통제권이 육군에 있는 구조가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후 국방부가 작전통제권 환원과 지휘구조 개편 방안을 구체화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