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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영업자···소비자의 배려 필요

등록일 2025-12-30 16:44 게재일 2025-12-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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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올 한해도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매우 어려웠다. 서민의 대명사인 월급쟁이와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이 가파른 물가 상승 탓에 오히려 뒷걸음질 쳤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금을 비롯해 전 재산을 투입해 개인사업에 뛰어든 자영업자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뉴스는 가슴을 아프게 한다. 주변을 보면 퇴직자나 청년들이 빚을 내 생계형 창업에 나섰다가 과당 경쟁을 견디지 못해 무너지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앞으로 2차 베이비부머(1964~74년생)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 자영업자 위기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자영업자 부채’ 통계를 보면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로 갚아야 할 이자는 늘어나는데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이 급증한 게 원인이다. 전국적으로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 수가 코로나 때보다 4배나 늘었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대구에서도 지난 10월 한 달간 폐업한 자영업자가 4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불황이 오면 자영업자에게 제일 먼저 한파가 닥친다는 게 빈말이 아닌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자영업자들의 부채 부담이 20~3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2분기 말 기준으로 대구의 자영업자 1인당 대출액이 3억8000만원에 달했다.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지난해 100대 생활업종의 3년 생존율(창업 후 사업을 지속하는 비율)은 52.3%로 나타났다. 100곳이 개업하면 3년 뒤에 영업을 이어가는 업체가 52곳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1년 생존율은 지난해 77.0%로 집계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가 얼어붙으며 자영업자의 생존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울한 분석도 나온다.

자영업의 위기는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대구 도심 곳곳에는 ‘임대 문의’라고 쓰여 있는 건물이 흔하고, 골목마다 문 닫은 상점과 식당이 넘쳐난다. 내가 사는 동네 상가도 오래전부터 장사가 안돼 하나둘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 발길은 줄어들고 있는데 인건비와 재료비, 배달 수수료는 계속 상승하고 있으니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해 연말에 갑자기 닥친 전 정권의 비상계엄 이슈는 안 그래도 비관적인 골목경제에 더 짙은 먹구름을 끼게 했다.

대부분 시민이 의식하지 않고 살고 있지만, 길거리 슈퍼마켓이나 빵집, 음식점 등은 상품을 파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순기능(順機能)을 한다. ​만약 이들 가게가 어느 날 갑자기 모두 사라졌다고 가정해 보면 그동안 간과했던 자영업의 다양한 기능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기나 물처럼 항상 우리 주변에 있으니까 모두가 그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것이다.

우리는 어려운 시절 이웃끼리 콩 한쪽도 나눠 먹고 살아온 민족이다.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는 물론 소비자의 배려도 중요하다. ​지금처럼 자고 일어나면 골목에 빈 점포가 하나씩 생기는 것은 이 지역 앞날을 가장 어둡게 하는 장면이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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