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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연구진, 시냅스 연결의 핵심 원리 세계 최초 규명

김락현 기자
등록일 2025-12-29 14:19 게재일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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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DGIST 김병찬 박사과정생, 김동욱 박사, 고재원 교수./DGIST 제공

DGIST 연구진이 뇌세포 간 연결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시냅스의 핵심 분자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내며, 자폐·조현병 등 난치성 뇌질환 치료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센터장 고재원 교수)은 시냅스 형성 과정에서 슬릿트랙(Slitrk) 단백질이 뇌의 위치와 주변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시냅스 기능을 미세하게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뇌 신경회로가 어떻게 정교하게 구성되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분자적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존재하며, 이들은 100조 개가 넘는 시냅스로 연결돼 사고와 기억,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밀한 연결이 어떤 분자적 기전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오랫동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슬릿트랙 단백질에 주목했다. 슬릿트랙 단백질은 서로 유사한 6종의 형제 단백질로 구성돼 있으며, 기존에는 기능이 거의 동일할 것으로 여겨졌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슬릿트랙1과 슬릿트랙2가 실제로 같은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연구를 출발했다.

최첨단 뇌과학 연구기법을 활용해 생쥐의 해마에서 슬릿트랙1과 슬릿트랙2 유전자를 각각 제거한 뒤 시냅스 변화를 분석한 결과, 두 단백질은 뇌 속 위치와 연결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냅스 기능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백질이 항상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따라 전문적인 역할을 바꾸며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뇌질환 발생 원인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실제 조현병 환자에게서 발견된 슬릿트랙2 유전자 이상이 동물 모델에서도 특정 시냅스 기능 이상을 동일하게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자폐, 조현병, 강박증 등 다양한 뇌질환 환자에서 발견되는 시냅스 관련 유전자 변이가 어떻게 뇌 기능 이상으로 이어지는지를 직접적으로 입증한 결과다.

고재원 교수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라도 각자의 역할과 개성이 다르듯, 뇌 속 단백질 역시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전문성을 발휘하며 신경회로를 정교하게 조율한다는 새로운 원리를 밝혀낸 연구”라며 “이번 성과는 특정 신경회로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는 뇌질환의 원인을 이해하고, 향후 이상이 생긴 시냅스만을 표적으로 하는 정밀 치료 전략 개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 김동욱·김진후 박사, 김병찬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DGIST 엄지원 교수, 한국뇌연구원 이계주 박사, KAIST 의과학대학원 손창호 교수, 그리고 벨기에 Leuven 대학 Joris de Wit 교수 연구진이 공동연구에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리더연구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PLoS Biology’에 2025년 12월 18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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