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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중전회서 ‘脫美·내수확대’ 5개년 전략 확정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10-24 18:03 게재일 2025-10-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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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AI 투자 확대··· “2035년까지 국제 영향력 대폭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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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의 방침이 확정됐다. 사진은 베이징의 자금성 전경.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중국 공산당은 23일 폐막한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2026~2030년을 대상으로 하는 제15차 5개년 계획의 기본 틀을 확정했다. 미국과의 장기 대립을 염두에 두고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자립 역량을 높이고, ‘국제 영향력의 대폭 제고’를 국가 전략 목표로 제시했다.

이번 회의는 20일부터 베이징에서 나흘간 열렸다. 신화통신이 공개한 공동성명(공보)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5년간 △과학기술 자립자강 수준의 비약적 제고 △신흥·미래산업 육성 △독자적 공급망(서플라이체인) 구축을 핵심 과제로 명시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와 기술 견제를 고려한 ‘탈(脫)미국’ 기조가 한층 뚜렷해진 셈이다.

성명은 또 “2035년까지 경제·과학기술·국방력과 종합국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고 국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제시한 ‘GDP 두 배’ 목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항하는 독자적 리더십 확보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확대’·‘소비진작’ 병행··· 성장률 목표는 제시 안 해

경제운용 방향으로는 “내수 확대 전략을 견지하고 소비를 강력히 진작하며 유효투자를 확대한다”고 명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성장률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불확실성이 높은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 ‘수치 중심 경제운영’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의 개인소비는 GDP의 약 40% 수준으로, 선진국(50~70%)에 비해 낮다. 성명은 “국민 생활의 질 향상과 사회보장 강화, 고용·소득 개선”을 언급했으나, 구체적 정책수단과 재원 계획은 빠졌다. 연금제도 개혁과 출산가정 지원 확대 등 내수기반 강화를 위한 사회정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내수 중심 성장으로의 구조전환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불황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됐다. 지난해 가을부터 경기부양책이 이어졌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며, 주택 재고 급증과 과잉공급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과 디플레이션 압력도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불안요인으로 지적된다.

△전문가 “정치통제 강화 속 경제개혁 의지 약화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4중전회가 경제전략보다는 정치적 안정과 충성 강화를 우선한 회의였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정치학자인 도쿄 와세다대 아오야마 루미(青山瑠妙)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정치 기반이 더욱 공고해졌으며, 경제정책 전반에서도 ‘당의 영도’와 ‘국가안보 우선’ 기조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는 부패 혐의로 14명의 중앙위원이 당적을 박탈당하는 등 ‘충성·청렴’ 기준에 따른 인사정리가 대대적으로 단행됐다.

△당내 숙청·인적 공백 속 통치력 시험대

이번 회의에는 중앙위원 168명, 후보위원 147명 등 총 315명이 참석했으며, 전년보다 49명이 줄었다. 결석자 중 14명은 부패 혐의로 제명됐고, 나머지 상당수는 조사 또는 구금 상태로 알려졌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불참한 회의다.

전문가들은 “부패척결을 통한 정치기강 확립은 명분이 되지만, 군·관료 조직의 공백이 커지면서 정책 집행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脫美 공급망·내수확대 병행, 실효성은 미지수”

이번 4중전회는 미·중 대립의 장기화를 전제로 ‘기술 자립’과 ‘내수 진작’이라는 두 축을 제시했지만, 구체적 실행계획은 모호하다. 수출 의존형 성장모델에서 내수 중심 구조로 전환하려면 소비심리 회복과 사회안전망 강화가 병행돼야 하나, 현실적으로 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향후 발표될 5개년 계획 ‘건의(建議)’ 전문과 내년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세부 지표와 산업별 실행전략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장기 미래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번 회의 결과의 공보로 판단해볼 때 중국의 ‘탈미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달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이의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이번 4중전회에서 나타난 탈미 기조와 대미 장기대립에 대비한 전략방향에 비추어 볼때  중국 측에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대미국 의존도가 높은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그을지 아니면 양국간 양보와 타협을 이루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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