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리전스 총괄기구 신설로 ‘관저 주도 정보통합’ 추진···내각정보조사실 격상 방안 유력
일본 정부가 국내외 정보수집·분석 기능을 통합 관리하는 ‘국가정보국(国家情報局)’ 신설을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고이치 다카이치(高市早苗) 총리가 23일 기하라(木原) 관방장관에게 관련 법제화를 포함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협할 수 있는 외국 세력의 활동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일본판 ‘국가정보국(National Intelligence Agency)’ 창설 논의가 공식화된 셈이다.
△ 정보기관 통합···“일본판 CIA” 첫 가시화
현재 일본의 정보활동은 △내각정보조사실(內調) △경찰청 공안부문 △외무성 국제정보통괄관 조직 △방위성 정보본부 △법무성 외국의 공안조사청 등 여러 기관으로 분산돼 있다.
이들 기관은 2014년 설립된 국가안전보장국(NSC) 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정보의 일원적 지휘·분석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각정보조사실을 개편해 ‘국가정보국’으로 승격시키고, 각 부처에 대해 지휘·지시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다. 내각정보조사실 수장인 내각정보관도 ‘국가정보국장’으로 격상시켜 NSC 국장과 동일한 위상을 갖게 된다.
△ 국가정보회의 신설·내년 국회에 법안 제출 추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관련 각료로 구성된 ‘국가정보회의(国家情報会議)’를 신설하고, 그 사무국 역할을 국가정보국이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회의체 설치를 위한 법안은 내년 통상국회 제출을 목표로 검토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총리실 직속의 정보사령탑 구상을 제도화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국가정보국에는 경찰청, 외무부, 방위부, 공안조사청 등으로부터 파견 인력을 모아, 각 부처의 정보를 집중 분석하고 국가안보·외교전략 결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국가정보국장은 총리와 관방장관 직속의 핵심 보직으로 두어, ‘관저 주도’형 정보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 다카이치 총리의 공약사업···자민·유신 연립 합의에도 반영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공약에서부터 ‘정보력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 구상은 20일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체결한 연립정권 합의문에도 포함돼 있으며, 유신회 역시 정보기관 일원화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총리는 “국가의 생명은 정보에 있다”며 “위기 대응, 외교, 안보 모든 분야에서 정교한 정보 기반이 필수”라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차기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제출될 경우, 여당 내에서 큰 반대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 對외정보 기능 강화···‘아베 라인’ 계승
대외정보 기능 강화는 이미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시절에 외무성 산하에 해외 테러 정보수집 전문조직을 설치하며 첫걸음을 뗀 바 있다.
이번 ‘국가정보국’ 신설은 그러한 아베 라인을 잇는 정보안보 체계의 제도적 완성판으로 평가된다.
일본 언론은 이를 두고 “동맹국인 미국 CIA, 영국 MI6에 견줄 만한 정보기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동북아 정세 변화 속에 일본의 정보역량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