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 완화에 美·日·EU 경기 회복 반영···中 성장 둔화는 지속 한국은 7월 전망 0.8%에서 0.9%로 0.1%포인트 상향조정
국제통화기금(IMF)이 2025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7월 전망치(3.0%)보다 0.2%포인트 높은 3.2%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과 주요국 간의 관세 협상 진전이 글로벌 경기의 급락 우려를 완화시켰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IMF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꺼질 경우 “닷컴 버블 붕괴에 버금가는 충격이 올 수 있다”며 신흥 리스크로 ‘AI 버블 붕괴’를 지목했다.
IMF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올해 3.3% 성장에 이어 내년에는 완만한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韓·美·日·EU 모두 상향···日 실질임금 상승이 소비 견인
한국과 미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0.8%에서 0.9%, 1.9%에서 2.0%로 0.1%포인트씩 상향됐다. 유로존은 1.2%(+0.2%p), 일본은 1.1%(+0.4%p)로 모두 개선됐다. IMF는 일본의 상향 폭이 가장 컸던 이유로 실질임금 상승에 따른 소비 회복세를 꼽았다. 다만 2026년에는 외수 둔화로 일본의 성장률이 0.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올해 5.0%에서 내년 4.8%, 2026년 4.2%로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희토류(레어어스) 수출 규제에 대응해 100%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지만, 이번 전망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AI 버블 붕괴 땐 2000년대 닷컴 수준 충격 가능”
IMF는 단기 성장세를 유지하더라도 중장기 리스크 요인으로 ‘AI 버블 붕괴’를 명시했다.
보고서는 “AI 관련 과도한 성장 기대가 조정될 경우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2000~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시기와 맞먹는 자산가치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 시장의 급팽창도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AI 데이터센터 및 인프라 투자 과열이 식을 경우 기업투자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관세·이민정책, 장기적 성장 저해 요인”
IMF는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관세 및 이민 제한 정책이 단기 충격은 피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저하와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이민제한 조치가 GDP를 최대 0.7%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무역 재편, 기술적 분리(디커플링), 지식 확산의 제약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중장기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도 우려
IMF는 각국 정부의 정치 개입이 중앙은행과 통계기관의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FRB 통제 의사를 내비치거나 노동통계국장을 경질한 전례를 거론하며 “정책 신뢰성 훼손이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