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여 명 참석…“산업전사들의 희생 기억하며 건강·권익 지켜야”
우리나라가 석탄에너지에 의존하던 시절, 산업현장의 최일선에서 국가 경제를 떠받쳤던 광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영남진폐재해자협회(회장 정상연) 주관 ‘진폐재해자 위로행사’가 30일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진폐증 재해자와 가족, 시민 등 850여 명이 참석해 산업전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위로의 마음을 나눴다.
이번 행사는 분진 속에서 평생을 일하다 진폐증으로 고통 받는 재해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삶의 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서는 진폐재해자 복지 향상과 협회 발전에 힘쓴 유공자들에게 표창 및 감사패가 수여되며, 동료와 가족 모두에게 격려와 존경의 박수가 쏟아졌다.
정상연 회장은 개회사에서 “진폐재해자 여러분의 건강 회복과 권익 보호를 위해 협회가 더 큰 역할을 해 나가겠다”며 “오늘 이 자리가 서로를 격려하고 희망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환영사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오신 진폐재해자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위로를 드린다”며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위해 시에서도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진폐재해자는 “몸은 많이 불편하지만 이렇게 함께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잊히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참가자의 가족은 “아버지가 평생을 탄광에서 보내며 얻은 병으로 고생하셨다. 이제라도 이런 자리가 있어 위로가 된다”고 전했다.
영남진폐재해자협회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진폐재해자의 건강관리와 권익 향상을 위한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과거의 희생을 기억하는 것과 함께, 앞으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진폐재해자들은 과거 ‘산업전사’라 불리며 나라 경제를 일군 주역이었다. 하지만 석탄 산업이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수많은 이들이 질병과 싸우고 있다. 이번 행사는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산업현장의 역사를 다시 일깨우는 자리가 됐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