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펼쳐진 자수 시연…체험·전시로 관람객 큰 호응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이 가을밤 은은한 등불로 물든 가운데, 전통 자수의 섬세한 손길이 빛을 더했다.
경북도 무형유산 보유자 김시인 자수장이 26, 27일 ‘문경새재 달항아리 야행’과 연계해 전통 자수 공개행사를 열어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행사장에는 전통 복식에 수놓은 화려한 봉황과 꽃무늬, 그리고 일상 소품에 정성껏 수놓인 작품들이 전시돼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김 자수장이 직접 바늘을 들어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자, 어린이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발길을 멈추고 그 손끝을 지켜보았다.
한 시민은 “손끝에서 피어나는 무늬를 보니 마치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며 감탄했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가족은 “아이들과 함께 약주머니를 만들며 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약주머니 만들기, 사주보 수놓기 체험이 진행돼 남녀노소 누구나 전통 자수의 매력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체험장에는 아이들이 고운 실을 잡아당기며 “내가 만든 거야!” 하고 자랑하는 모습이 이어졌고, 부모들은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체험에 몰두했다. 한 외국인은 “이렇게 정교한 바느질은 처음 본다. 한국 전통 자수가 세계에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인 자수장은 1963년 어머니 류현희 여사에게서 자수를 배우기 시작해 60여 년을 전통 자수 외길로 걸어왔다. 전통미술공모전 문화공보부 장관상(1988), 자수문화협의회 공모전 대상(1990)을 비롯해 다수의 상을 수상했고, 2006년 경상북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또한 사단법인 예명원 평생회 회장과 한국자수문화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며 전통 자수의 계승과 보급에 헌신하고 있다.
김 자수장은 “이번 공개행사를 통해 전통 자수의 가치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며 “우리 자수의 맥을 이어가고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경새재 달항아리 야행과 함께한 이번 공개행사는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고 교감하는 장이 됐다. 은은한 불빛 아래 수놓아진 전통의 색과 무늬는 문경의 가을밤을 더욱 빛나게 하며, 전통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새롭게 일깨웠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