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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공간의 경계와 사적 권리

등록일 2025-09-07 19:48 게재일 2025-09-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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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은 국민 주권의 상징이며, 입법부 활동의 핵심 공간이다. 그곳에서 국회의원들은 법률안을 심의하고, 행정부를 견제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소속 의원이 국회 회의 중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장면이 동의 없이 촬영되어 공개되면서, 국회의원의 공적 공간에서의 사적 권리와 촬영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이 커졌다.

국회는 공적 성격은 분명하다. 국민은 국회의원의 공무 수행을 감시하고 평가할 권리가 있다. 의원의 발언내용, 찬반투표, 출결 상황 등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인만큼, 그 활동 역시 투명하게 감시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여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아무리 공적인 공간이라 하더라도, 국회의원 역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비밀, 인격권을 가진 국민이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순간이 업무인지, 가족과의 대화인지, 의료 상담인지 외부인은 판단할 수 없다. 촬영 동의조차 받지 않고, 특정 시점의 이미지를 확대해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사적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공인이란 이유만으로 사적 영역이 완전히 박탈되고 감시 받아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도 여러 판례를 통해, 공인의 사생활 역시 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특히 동의 없이 촬영한 장면이 신체, 통신, 가족, 종교, 건강, 정치적 판단 등 민감한 정보로 연결될 수 있는 경우 법 위반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촬영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그 자유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순간, 법과 윤리가 그 자유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목적이나 여론에 활용하기 위한 악의적 촬영과 왜곡 유포는 자유가 아닌 폭력에 가깝다.

국민은 감시할 권리가 있지만, 감시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시점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어떤 화면을 열람했는지는 국회의원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함부로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법을 만들고 정책을 고민해야 할 공간이, 서로를 몰래 촬영하고 유포하는 싸움터가 된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국가 운영을 맡길 수 있을까.

국회는 스스로 명확한 촬영과 유포에 대한 내부 규율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의사당 내에서의 촬영 가능 범위, 회의 중 의원의 프라이버시 보장 기준, 촬영 시 동의의 절차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아울러 언론이나 외부 관계자에게도 공적 공간에서의 촬영과 보도에는 기본적인 윤리 규범이 존재함을 환기시켜야 한다.

국회의원은 공직자이지만 동시에 인간이다. 국민의 눈에 띄는 존재인 만큼 높은 윤리의식과 책무감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모든 순간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주주의란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를 억압하는 체제가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공적 책임과 사적 권리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제도다. 감시는 가능하되, 존중 속에서 이뤄져야 하며,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오늘날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석종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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