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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등학교 최고(最古) 학생 동아리인 포항고교 ‘라솔라(LaSolar)’ 창립 70주년 기념식 개최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9-04 10:48 게재일 2025-09-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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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허화평 전 국희의원부터 재학생인 70기까지 삼대가 한자리에 모여
라솔라 창립 70주년 기념문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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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솔라 창립 70주년 기념문집 표지. /라솔라 제공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학교 학생 동아리가 포항에 있다. 한국기록원(KRI) 기록검증서비스팀의 1차 검토를 통과하며, 세계 기네스 등재 신청 가능성을 인정받은 서클이다. 올해 9월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포항고등학교 학생 서클 라솔라(La Solar)가 화제의 동아리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한 당나라 시인 두보는 70세를 ‘고희’라 칭하며 축하했다.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고교 학생 동아리의 고희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라솔라 회원들도 스스로 놀랄 정도다. 회원들은 긴 세월 묵묵히 이어져 온 그 뜻을 모아 오는 6일 오후 4시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서울클럽에서 자축 행사를 개최한다.

라솔라는 1955년 포항고 1학년 학생 9명이 모여 결성했다. 6·25 전쟁 직후 폐허가 된 포항을 보며 어떻게든 성공해서 지역에 기여하자는 순수한 마음과 우정이 서클 출발의 모토였다. 허화평, 김현준, 박제영, 이낙필, 이용우, 박춘식, 신기복, 이태우, 허쟁(후자 4인은 작고) 등이 초대 멤버다. 다들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이들은 2학년이 되자 1학년에서 9명을 선발해 2기를 창설했고, 이러한 전통을 이어오며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라솔라’라는 명칭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 원래 Solar는 프랑스어로 ‘solaire’(남성명사)다. 여기에 정관사 ‘le’를 붙이면 ‘le solaire’가 된다. 우리나라 말로는 ‘르솔레르’다. 그런데 불러보니 발음이 어딘가 다소 어색했다. 1기 회원들은 포항기질을 유감없이 발휘, 문법적 관례보다 부르기 편해야 한다며 여성명사 전용 정관사 ‘la’를 갖다 붙였다. ‘라솔라(La Solar)’는 그렇게 작명됐다. 이는 발음과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우선시한 창의적 선택이었다.

현재 라솔라는 서울·포항·대구에 지역 지회를 운영 중이며, 재학생을 제외한 600여 명의 회원이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동아리 정신에 부합하도록 저마다 지역과 우리나라 각계각층에서 큰 기여를 하며 국가발전에 힘을 보태왔다. 
 
70주년 기념식에는 90세를 바라보는 1기부터 현 재학생 70기까지 150여 명이 참석 예정으로 있다. 이날 라솔라는 재학생 후배를 위한 장학기금 2억원 조성을 발표하고, 향후 100년을 향한 비전을 공유한다. 

또 회원들이 공동 집필한 창립 70주년 기념문집 ‘형산강은 흘러서 영일만에 깃들고, 우리 청춘은 그 푸른 바다에 빛나고’를 출간, 선보인다. 동아리 21기 회원인 이대환 작가는 자신이 집필한 소설 ‘붉은 고래’(허씨 삼형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함)를 1기 허화평 명예회장에게 헌정하며 참여 회원들에게 증정한다. 

라솔라 고희행사에는 포항고 류성연 교장이 학교를 대표해 축사하며 세계적 바리톤 우주호(포항 대동고 출신)의 축가,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박현주 선생의 가야금 병창 공연 등도 예정돼 있다.

허화평 라솔라 명예회장(전 국회의원·포항북)은 “포항고가 존재하는 한 라솔라의 정신은 지속될 것이다. 회원 누구도 개인적 이익이나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순수함을 지켜왔기에 가능한 일이다”라며 소회를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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