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포항 영일대 해상누각 앞 광장은 빗방울과 음악, 그리고 시원한 물줄기가 뒤섞인 거대한 축제의 장이 됐다. 전날 개막한 ‘SUMMER 워터 퐝 FESTIVAL’ 2일 차. 바닥엔 물이 고이고 머리 위로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모두의 표정은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반짝였다.
무대 앞은 열기로 가득했다. 현란한 조명이 번쩍이고 스피커에서는 경쾌한 비트가 쏟아졌다. 진행자의 외침이 울려 퍼지자 공중에서 물줄기가 터져 나오고 참가자들은 서로를 향해 물총을 쏘며 웃음을 터뜨렸다. 옷이 흠뻑 젖었지만 개의치 않고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주말을 맞아 전날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이며 광장은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춤판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진행자의 구호에 맞춰 10명씩 원을 그리고 빗속에서 춤을 추는 참가자들, 그 사이로 환호성이 파도처럼 번졌다. 해변을 걷던 시민도, 우산을 쓰고 지나가던 행인도 음악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맨발 걷기를 하던 한 시민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음악이 너무 신나 절로 춤이 나온다”며 즉석에서 무리에 합류했다.
‘워터퐝 물총대첩’도 흥을 더했다. 아빠와 아들이 마주 서서 장난스럽게 물을 쏘아 올렸고 “아빠 승!”이라는 외침에 아이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외국인 관광객들은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며 “신나는 분위기에 이끌려 현장에서 티켓을 바로 구매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밤이 깊어가면서 무대의 열기는 절정을 향했다. DJ 해나와 포이&로키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방방 뛰며 하늘로 물총을 발사했고 인기 가수의 리믹스가 흘러나오자 한목소리로 떼창이 터졌다. 이어진 힙합스테이지 래원과 EDM PARTY 허조교의 무대는 현장을 ‘광란의 밤’으로 물들였다.
무대 맞은편 푸드트럭 구역도 축제 분위기에 한몫했다. 간이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 됐다. 젖은 머리카락을 털던 한 커플은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기도 했다. 빗속에서 닭강정을 나눠 먹던 친구들은 “이 맛이야!”를 외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 푸드트럭 상인은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이 날씨를 즐기는 분들이 많아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부대행사인 ‘퐝퐝상점’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포항과 청도를 홍보하는 부스에는 기념품을 고르는 사람들로 붐볐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이 축제를 보려고 일부러 여행 날짜를 맞췄다”며 “비 덕분에 더 시원하게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