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오찬 회동은 별 성과 없이 마무리됐지만, 이 대통령과 야당이 한 테이블에 앉아 현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자리였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통령 취임 이후 720일만에 영수 회담이 열렸지만, 당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로 얼굴만 붉힌 채 헤어졌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국민의힘 김용태 비대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 등 야당 지도부와 만나는 시기를 앞당긴 것은 야당과의 원활한 소통을 원하는 이 대통령 뜻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4일 취임식에서 이 대통령이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통합을 강조한 만큼, ‘정치 복원’에 대한 국민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현재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및 임명동의안 표결,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상임위원장 인선, 30조원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의 등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도 김용태 위원장은 7대 요구사항을 들고 와 읽었고, 송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할애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직접적인 답변은 피하며 “최대한 자주보고 대화하자”고 했다고 한다. 사실 원내 압도적인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총리 인사나 추경예산처리를 모두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수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모든 법안이나 예산,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서 민주당이 양보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민감한 현안들이 여·야·정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가 국민이 보기엔 정치복원으로 인식된다. 특히 여야 대표가 국회에서 형식적으로 만나기보다는 행정부 수반이자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까지 함께하는 자리가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강성 지지층에 기대는 우리나라 ‘진영정치’ 문화가 단시간에 개선될 수는 없지만, 이번 회동이 여야 소통정치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과거처럼 정권 초반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한 일회성 행사가 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