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 시민단체 집회... 대리·유령수술 근절 및 책임자 처벌 촉구
의료기관의 대리·유령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 근절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국민생명안전네트워크, 국민연대, 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의료기관의 대리·유령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정부의 철저한 조사와 관련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지난 정부가 의료기관 불법행위에 대해 미온적 대처를 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잘못을 반면교사 삼아 강력한 의지와 실행력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병원 불법 의료행위에 남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 대통령실 앞으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수술실 CCTV 설치를 강력히 주장하며 수술실 의료행위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국민 생명 보호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바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수술실 의료행위는 단 한 번의 사고로 국민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는 인식도 공유한 바 있다. 시민단체는 이같은 생각들을 여러 차례 드러낸 이 대통령이기에 현 정부가 수술실 안전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생명안전네트워크 송운학 상임의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규탄집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정부가 대리·유령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리·유령수술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대리수술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간호조무사에게 모발이식을 지시한 의사가 적발되기도 했다,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는 의료기기 영업사원 등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혐의로 의사와 직원 등 16명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고 실태를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어져야 불법의료행위가 근절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시민단체는 대표적 사례로 현재 재판중인 서울 서초구 Y병원과 K병원장 관련 의혹을 거론하며, 관련 기관이 제대로 된 조사와 처분을 하지 않으면서 K병원장 등 관련자들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문제없다는 인식을 재판 과정에서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 과정에서 Y병원이 영업사원 등 비의료인을 활용해 대리수술을 진행했다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Y병원 측 변호인단은 영업사원이 환자의 뼈에 못을 박고 드릴로 구멍을 뚫는 등의 행위가 ‘단순 보조행위’라고 주장하는 등 불법 대리수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시민단체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이날 송 상임의장은 “Y병원 K병원장 등 10명은 지난해 5월 대리·유령수술 등의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K병원장이 인공관절 수술 등을 2019년 4천16건, 2020년 3천633건, 2021년 3천486건, 2022년 3천123건, 2023년 2천940건, 2024년 상반기 1천384건 진행했다고 보험료를 청구한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추가적인 불법행위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감에서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K병원장 1인이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술 외 진료 수익까지 고려하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매출”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국감을 통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해당 병원에 대한 조사 입장을 밝혔지만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시민단체 측 주장이다. 송 상임의장은 이후 실질적으로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면서 “오히려 지난해 12월 2일부터 7일까지 단 6일간 진행된 복지부, 심평원, 관할 보건소 등의 현장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내부 제보가 있었으며, 이는 총체적인 부실조사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함께 나선 국민연대 이근철 상임대표는 관련 기관들의 미온적인 태도와 봐주기 의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상임대표는 “불법행위를 수사해야 할 경찰서는 Y병원의 대리수술 추가 의혹, 불법 의료광고 등 불법행위 고발 건에 대해 잇따라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있다”면서 “심지어 서울중앙지검이 재수사를 지시한 건에 대해서도 재차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할 보건소 또한 Y병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민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미 심각한 불법 의료행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조사를 했음에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행정처분이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인 봐주기 조사라는 의혹은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의료행위를 벌인 병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위법 행위로 수급한 요양급여 등을 확실히 환수해 국민의 혈세를 보전하고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이 오랜 시간 동안 병원들의 불법의료행위 근절을 외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회가 실질적인 법률 개정을 통해 제도적 구멍을 메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 입법을 통해 강제력 있는 감시와 처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단 한 번의 수술로 국민의 생명이 좌우될 수 있는 만큼 법과 제도로 뒷받침될 때 더욱 효과적이고 진정한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 강조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