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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늙지 않는다… 현명해지기 위한 뇌과학 탐구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5-08 19:07 게재일 2025-05-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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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 
딜립 제스테·스콧 라피 지음
김영사 펴냄,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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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은 많아도 현명한 사람은 드물다. 나이 듦도 지혜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혜란 무엇이며 어떻게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인지 노화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달립 제스테 박사는 과학 저널리스트인 스콧 라피와 신화와 종교에서 다루던 지혜를 과학의 영역으로 옮겨와,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지혜의 본질과 강화 방법을 탐구한다.
 

제스테 박사는 지혜를 일곱 가지 핵심 요소로 설명한다. 연민·공감·이타주의에서 비롯되는 ‘친사회적 행동’, 두려움이나 분노뿐 아니라 즐거움마저 다스릴 수 있는 ‘감정조절’, 갑작스러운 변화와 딜레마 속에서의 ‘결단력’, 암울한 순간마저 유머로 승화하는 ‘성찰’, 자기에게 매몰되지 않고 더 큰 것들을 감각하는 능력인 ‘영성’,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과 사회적 조언을 제공하는 능력 등이다. 
 

 이 중 저자가 보기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친사회적 행동이다. 실제로 인류를 생존하게 한 기술, 언어, 사회제도 등 인류의 인지 기능이 여러 사람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했다는 점에서 지혜의 본질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은 지혜가 숭고하고 불가해한 것, 평생에 걸친 깨달음과 나이 듦의 결실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을 뒤집는다. 인간의 의식과 스트레스, 회복력과 마찬가지로 지혜 또한 생물학적 기반이 있기에 측정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지혜의 구성 요소들은 전전두피질과 편도체를 중심으로 뇌의 다양한 곳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해 생겨난다. 그래서 이 부위가 손상되면 지혜를 잃기도 한다. 1848년 미국 버몬트주 철도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전두엽이 손상된 노동자 피니어스 게이지가 ‘변덕스럽고 불손하며 참을성 없는’ 사람으로 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른 기능과 마찬가지로 지혜도 타고난 것과 만들어진 것이 뒤섞여 있다. 인간의 뇌가 이타심을 처리하는 단계에서 작동하는 신경인지 메커니즘이 친사회적 행동을 강화하게끔 진화했다고 보는 ‘이타적인 뇌 이론’, 다른 사람이 공에 맞는 것을 보고 내가 맞은 것처럼 움찔하게 하는 ‘거울 뉴런’ 세포, 생후 6개월 된 아기가 자신과 타인의 정신상태를 본능적으로 구분하고 파악하는 능력인 ‘마음 이론’ 같은 여러 뇌과학·심리학 연구들은 인간이 지혜의 구성 요소들을 어느 정도는 갖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35~55퍼센트이고, 나머지는 외부의 영향과 개인의 행동에 좌우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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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립 제스테 박사는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지혜를 일곱 가지 핵심 요소로 설명하며, 이는 생물학적 기반 위에서 측정되고 변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 2일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예멘 수도 사나에서 예멘인들이 팔레스타인과 가자 지지를 표명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규탄을 위해 집회에서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특정 기사와 관계 없음. /AFP=연합뉴스

지혜를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혜의 수준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지혜 측정 척도’가 담겼다. 이를 통해 지혜의 구성요소 각각에 점수를 매겨본 뒤 부족한 부분들을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연민’이 부족하다면 연습하면 감사 일기 쓰기, 소설 읽기, 명상 등인데, 이러한 ‘연민 훈련’을 한 사람들의 뇌에서는 실제로 긍정적 감정이나 소속감과 관련된 뇌 부위인 내측 안와전두피질과 조가비핵 등에서 활성이 나타났다. 
 

 ‘감정조절’이 고민된다면 주의를 돌리는 훈련,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훈련 등을 권한다. 이런 관점에서 약물, 전자기기, 인공지능 등의 형태로 지혜를 외부에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도박장애 등을 치료하기 위해 자제력을 활성화하는 게임은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증명된 바 있다
 

제스테 박사는 기후 위기, 정치적 양극화, 소득 불평등 등 현대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의 전략을 제시한다. 
① 감정조절이 중요하다: 당황하지 말자. 현실을 받아들이되 낙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다.
② 힘들수록 성찰을 피하지 말자: 이겨낸 경험을 떠올리며 어떻게 대처했는지 생각한다. 그때 활용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을 세운다.
③ 친사회적 행동은 내게도 도움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타인을 돕는 사람은 힘이 나고 행복하며 덜 외롭다. 외로움 같은 스트레스의 최고 해독제는 지혜다. 연민이 특히 효과적이다.
④ 불확실성과 다양성 수용하기: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전략에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 위기를 한 방에 다 해결하는 방법 같은 건 없다.
⑤ 결단을 내려라: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다양한 도덕적 딜레마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때그때 정보를 총동원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⑥ 사회적 조언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누군가에게 조언하려면 인생에 관한 전반적 지식이 필요하다. 평소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듣자. 조언할 일이 생겼을 때 더 나은 의견을 줄 수 있다.
⑦ 영성 기르기: 우리는 인류 전체와 동물과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보살펴야 한다.
⑧ 유머감각을 잃지 말자: 유머는 지혜를 만드는 요소이자 지혜가 드러나는 방식이다. 절망적 순간에도 도움이 된다.
⑨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인 태도: 열린 태도를 유지해야 위기를 기회와 성장으로 바꿀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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