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호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하보우만의 약속’이 4월 16일 전국에서 정식 개봉되었다. ‘하보우만’은 애국가 마지막 부분인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의 단어 첫 자를 딴 줄임말이다. 45년생 해방둥이였던 이장호 감독은 말한다. “나이 80에 겨우 정신 차리고 이번 다큐를 만들었다”고.
영화 검열관이었던 그의 부친은 신익희 선생을 지지했다. ‘이승만은 기회주의자, 박정희는 친일파에 독재자’라는 부친의 가르침대로 그는 두 대통령을 지독히도 미워하며 살아왔다. 데뷔작이었던 ‘별들의 고향’(1974)이 흥행을 몰아가던 중 대마초 단속으로 3년 정도 활동금지를 당하기도 했지만 금지가 풀린 후 ‘바람 불어 좋은날’(1980), ‘바보선언’(1983), ‘무릎과 무릎사이’(1984), ‘어우동’(1985) 등의 작품들이 잇따라 흥행한다.
그는 나이 들면서, 돈이나 명예로만 바라봤던 영화 제작이 아닌 ‘관객의 영혼을 생각해야한다’는 깨달음에 역사 공부를 하게 된다. 역사 공부를 하면서 생겨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존경심으로 전직 두 대통령에 얽힌 이야기 ‘하보우만의 약속’ 다큐를 기획한다, 그는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국민들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한다. 영화와 달리 다큐는 자료 확보가 쉽지 않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 기념사업회’ 김일주 초대 사무총장의 도움을 받아 팩트 체크와 저작권 확인을 거친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것이 다큐인지라 10번을 넘게 다시 편집하며 완성까지 1년 6개월이 걸린다. 감독 데뷔 50년 만에 다큐멘터리는 처음이란다.
다큐는 건국초기,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던 이승만 대통령의 노력과 매국노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한일 국교를 정상화하고, 모두가 반대한 중화학, 철강, 반도체 사업 등을 리더십으로 돌파한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을 여러 사료로 설득해나간다. 두 전직 대통령의 이념과 정책, 역사적 결단은 대국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되었고 농지개혁, 남녀평등, 보통선거 등 오늘날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가치들의 초석이 된다. 그는 이들을 건국 대통령과 부국 대통령이라 칭하며 대한민국의 기적이라 말한다.
나이 80에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영화를 만들며 그는 또 말한다. “요즘 대부분의 정치인은 개인적인 이익에 매달려 있어 안타깝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열의 역사를 끝내려면 두 분의 미래 비전을 배워야 한다. 자라나는 세대부터 두 분의 애국심, 국민에 대한 애정을 배웠으면 좋겠다.”라고. 왜곡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알리고자 하는 이장호 감독의 첫 다큐작 ‘하보우만의 약속’은 예고편만으로도 뭉클함이 인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인다’는 말은 삼척동자도 안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역사가 왜곡되는 일은 동서고금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세월이 흐른 후 밝혀지고 이미 세상은 달라져 있다.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 시절 ‘역사’는 필수 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이 된다. 외울 것 많은 역사를 기피 했던 당시 아이들. 그들이 지금 사회 곳곳에서 나라를 지탱하고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진실이든 감언이설이든 민심을 움직이는 쪽이 승리한다. 어떤 세상이 펼쳐지든 그 또한 국민들 몫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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