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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규정하는 나의 실패…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나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5-04-03 19:46 게재일 2025-04-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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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빼앗는 사회’<br/><br/>카이스트실패연구소 지음<br/>위즈덤하우스 펴냄·인문

실패에서 배워야 혁신과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실패에서 배우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한국 사회는 실패에서 제대로 배울 만한 환경과 분위기를 갖고 있는가?

신간 ‘실패 빼앗는 사회’(위즈덤하우스)는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법을 탐구한 책이다. 2021년 6월 설립된 카이스트 실패연구소는 3년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세대와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실패에서 배우는 법을 연구해왔다. 이 책은 실패에서 배우기가 개인의 의지나 능력에 국한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 구조와 문화가 이를 방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들은 실패의 쓸모를 알리는 것을 넘어, 각자의 실패 경험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성찰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실패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2024년 10월 실패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실패가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사람이 73.5%로, 실패가 성공의 장애물이라고 응답한 사람(26.5%)의 두 배를 넘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 전반은 실패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으며, 이는 실패를 통한 학습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성공률이 80%가 넘는 연구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하며, 실패를 거듭해도 재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패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실패연구소는 참여형 연구, 세미나, 공모전,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실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노력했으나, 실제로 사람들에게 가닿지 못하는 문제를 겪었다.

이에 연구소는 실패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과정에 집중하며, ‘포토보이스’라는 질적 연구 방법을 도입해 학생들이 자신의 실패 경험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게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실패를 보다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얻은 배움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게 됐다.

안혜정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연구조교수, 조성호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이 책에서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법을 제시하며, 개인과 조직, 사회 전반에 걸쳐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저자들은 “실패를 용인하고 배움을 장려하는 문화에서는 실패로부터 학습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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