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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은 천재적 재능일까, 노력의 결과일까?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5-03-27 18:34 게재일 2025-03-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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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거장’<br/>데이비드 갤런슨 지음<br/>글항아리 펴냄·인문

천재는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길러지는 것인가? 이 질문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오랫동안 천재가 신으로부터 부여된 타고난 재능이라고 여겨졌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교육과 사회적 환경이 천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늘었다.

신간 ‘천재와 거장’(글항아리)의 저자 데이비드 갤런슨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 이론과 관점으로 천재성을 분석한다.

그는 대학 시절 현대미술 강연 수강 후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훌륭한 컬렉션을 보유한 여러 미술관을 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며 경매가 분석을 통해 작품의 가치를 연구했다.

그 결과, 젊은 나이에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적 혁신가’와 경력을 쌓아가며 가치를 높이는 노련한 ‘실험적 혁신가’의 차이를 발견했다. 예를 들어,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은 26세에 그린 작품이 67세의 작품보다 4배 더 높은 가치를 보였고, 세잔의 경우 67세의 작품이 26세의 작품보다 15배 더 높은 가치를 보였다.

저자는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념적 혁신가는 연역적 사고를 통해 어린 나이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급격한 창조를 이루는 반면, 실험적 혁신가는 귀납적 사고를 통해 인생 후반부에 주요 성과를 낸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두 혁신가 사이의 긴장과 협력이 예술적 혁신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두 접근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얻는 이점을 설명하며, 인간의 창의성에서 생애 주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이 책은 천재와 거장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 발전에 기여했으며, 이들의 혁신적 접근 방식이 예술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결론짓는다.

피카소作 ‘거울 앞의 여인(Girl Before a Mirror)’ ./프랑스 파리 피카소미술관 소장
피카소作 ‘거울 앞의 여인(Girl Before a Mirror)’ ./프랑스 파리 피카소미술관 소장

저자는 개념적 혁신가의 대표 주자로 피카소와 앤디 워홀을, 실험적 혁신가로는 세잔·폴록·로스코 등을 꼽는다. 또한, 많은 실험적 혁신가들이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에 작품을 쉽게 공개하지 않으며, 외부 비판을 피하려다 보니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연구의 촉매제로 삼아 더 많은 연구를 자극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두 접근 방식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창의성에서 생애 주기의 역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두 유형의 혁신가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류의 예술 발전에 기여했음을 강조하며, 각각의 접근법이 지닌 독특한 가치를 인정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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