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전 시민 대피 명령···정부 국가유산 재난 ‘심각’ 첫 발령
지난 22일 발생한 산불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그 세력을 더욱더 키우고 있다.
25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천년고찰 ‘의성 고운사가’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전소된데 이어 미스터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안동 만휴정’도 강한 불길에 전소됐다.
만휴정은 조선시대 문신인 보백당(寶白堂) 김계행이 만년을 보내기 위해 건립한 곳이다. 앞서 25일 불길이 길안면으로 확산하면서 안동시와 산림당국은 ‘만휴정’과 ‘용담사’, ‘묵계서원’을 지키기 위해 소방차와 인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강한 불길이 덮치면서 결국 장비와 인력을 철수했다.
당시 불이 만휴정 뒷산을 덮치는 것을 보고 직원들이 급히 철수하면서 현재 상황이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만휴정이 불길을 피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인근의 용담사와 묵계서원도 함께 피해를 봤을 것으로 보인다.
안동시는 불길이 계속 확산하자 지난 24일 용담사 불상 4점과 탱화 5점, 금정암 불상 3점과 탱화 5점, 기타 문화재 6점을 안동 세계 유교문화박물관으로 미리 옮겼다. 문화 유산자료인 용담사 무량전과 금정암화엄강당은 건축물이어서 이동을 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의성군 점곡면을 덮친 산불이 안동시 일직면과 남후면, 남선면으로 확산하면서 안동시가 전 시민 대피 명령을 내렸다. 불은 현재 안동시 전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풍천면 인근 신평면까지 화마가 진출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병산서원과 하회마을도 초비상 상태다.
국가유산청과 안동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현장에서 대기 중이다. 안동시와 안동하회마을보존회 측은 마을 안의 소화전 30곳을 중심으로 대비하고 있다. 초가지붕이 많은 마을의 특성을 고려해 곳곳에는 물을 뿌려둔 상태다.
이처럼 문화재가 잇달아 산불에 소실되자 국가유산청은 25일 오후 5시 30분 기준 전국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경보 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나뉘는데 ‘심각’이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