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 채취 현장을 가다<br/>포항 죽장 두마자연생태마을 꼬불꼬불한 산길 30여 분 올라<br/>나무에 드릴로 구멍 내고 연결구 끼워 흐르는 수액 담아 채취
“오늘은 하늘이 도왔네요”
지난 6일 오후 2시, 고로쇠 수액 채취가 한창인 포항시 북구 죽장면 두마자연생태마을은 때아닌 눈발에 마치 겨울이 다시 온 듯 하얀 눈에 뒤덮였다. 오지마을의 적막한 분위기도 감돌았다.
본지 기자가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60대 중반의 남성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는 10년째 두마리에서 고로쇠 채취 작업을 해온 전정열(64)씨다.
본격적인 고로쇠 수액 채취에 나서기 전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뒤 전씨의 차에 몸을 실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30여 분 동안 오르니 허리춤에 하얀 노끈이 묶인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 씨는 “모두 고로쇠 나무예요. 여기 있는 나무들은 모두 자생한 것들이에요. 인위적으로 심은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스스로 자랐죠”라고 말했다.
쌓인 눈 탓에 차에서 내려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양손에 들고 10여 분 더 걸어 산을 올랐다.
산 중턱에는 이미 8명의 작업자가 2인 1조로 팀을 이뤄 고로쇠나무를 찾아다니며 수액을 채취하고 있었다.
한 명이 나무에 드릴로 2cm 정도 깊이의 구멍을 내고 ‘ㄱ자’ 연결구를 끼우면 다른 한 명이 흐르는 수액을 담는 봉투를 끈으로 묶었다.
구멍은 나무 둘레에 따라 하나부터 많게는 세 개까지 뚫었다.
두마리에서 나고 자란 이종발(72)씨는 “1m 정도 되는 긴 봉지를 가득 채우는 데 하루면 충분하다”며 “날씨가 좋지 않으면 총 작업기간인 15일을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씨는 “수액 채취 작업은 최저기온이 영하 3~4도로 내려가고, 낮에는 영상 10도의 맑은 날, 그러니까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날에만 채취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작년보다 생산량이 절반 가량 줄었고, 올해는 다른 지역보다도 수확 시기가 15일 정도 늦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직접 수액을 채취해 봐도 될까요”하는 기자의 질문에 전 씨는 “오케이”라며 흔쾌히 허락했다.
전 씨의 도움을 받아 나무에 구멍을 내자 곧 수액이 흘러나왔다. 손등에 떨어지는 수액을 받아 맛을 봤다. 그 맛은 시원하고 달콤했다.
전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더 커진다”며 “다만 유통기한이 짧아 빠른 시일 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고 했다.
수액 채취가 끝난 후 작업장으로 이동했다. 작업은 5명이 각 구역을 맡아 진행됐다.
채취한 고로쇠 수액은 한곳에 모아 3번 걸러낸 후 깨끗하게 세척한 페트병에 담겨 상품화됐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수확량 감소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10년 넘게 작업을 해온 전 씨와 작업자들은 자연의 선물을 소중히 다루며 매년 수액 채취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로쇠 수액은 미네랄, 칼슘, 마그네슘 성분이 풍부해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체내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등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