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없는 세상’<br/>마이켄 율 쇠렌센 지음<br/>오월의봄 펴냄·인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년이 흘렀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전쟁과 무력 충돌로 인한 무고한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 군사주의가 지배하는 시대, 힘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더 큰 폭력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 역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지난 5년간 국방비 예산이 정부 재정의 12~14%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주의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평화는 여전히 멀리 있다. 이제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역사 속에서 비폭력으로도 평화를 수호한 사례가 있지 않을까?
덴마크 출신 사회학자 마이켄 율 쇠렌센이 쓴 ‘전쟁 없는 세상’(오월의봄)은 바로 그 해답을 제시한다. 평화주의, 비폭력 시민 저항에 관한 회의론자와의 이 짧은 대화록인 이 책은 군사주의 아닌 평화주의에, 폭력 수단이 아닌 비폭력 수단에, 지배자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 시민 저항에 정말로 힘이 있느냐는 가슴속 깊은 우리의 의심을 하나하나 해소해준다.
저자는 200쪽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분량 안에 비폭력 시민 저항의 이론적 토대와 역사적 사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평화주의적 관점, 그리고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 방안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회의론자의 현실적인 질문들<2014>“이런 시기에 어떻게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습니까?” “우크라이나에 무장 방어가 아닌 다른 대안이 있습니까?” “비폭력 저항으로 점령자를 몰아낼 수 있습니까?”<2014>에 대해 저자는 한 사람의 평화주의자로서 차근차근 답변하며, 독자들에게 평화주의와 비폭력 시민 저항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특히, 이 책은 도덕주의적 차원을 넘어 실용주의적 차원에서 비폭력 저항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미 비폭력 저항이 실천되고 있으며, 한국의 평화운동 역시 한국산 무기의 우크라이나 수출 반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반대 등 다양한 연대 활동을 통해 비폭력 저항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제3국의 시민들이 이미 비폭력 저항을 실천해왔다. 저자는 그러한 저항의 사례들을 함께 아우르며 이러한 움직임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짚는다. 전쟁이 어떠한 결말을 맞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전쟁을 마주한 당국의 시민들이 아니더라도 비폭력 저항에 힘을 보탤 다양한 연대 활동의 방법들이 있다. 실제로 한국의 평화운동은 한국산 무기의 우크라이나 수출 및 이전에 반대하는 한편,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한국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에도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러시아의 병역거부 난민들을 지원하는 활동도 전개 중이다.
‘전쟁 없는 세상’은 군사주의에 대한 믿음을 돌아보고, 비폭력 저항이 만들어낸 과거와 현재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들을 알려준다.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오래된 환상에 균열을 일으키며, 군사력 증강이 평화 수호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폭력의 악순환을 초래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