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형이상학’<br/><br/>아르멘 아바네시안 지음<br/>한울엠플러스 제공·인문
오스트리아의 대표 철학자인 아르멘 아바네시안의 ‘미래’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뒤집고 현재의 기원을 미래에 두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 신간 ‘미래의 형이상학’(한울엠플러스)이 출간됐다. 아바네시안은 이 책에서 미래가 우발적이며, 가능성과 필연성의 양태로 이미 현재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원초적인 과거 역시 우발적인 기원을 허용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미래로부터 현재를 바라보며 문제를 파악하고 도전하며, 어떤 미래를 실천할지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기후 위기나 난민 위기는 이미 도래한 미래로서, 인류의 생존과 새로운 지정학 및 정치 주체의 형성 등 해결책에 대한 구상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아바네시안은 현재의 기술적, 사회적, 정치적 변화 속에서 형이상학이라는 철학의 핵심 분야를 통해 미래를 분석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사유를 제시한다.
형이상학은 존재, 세계, 지식의 근본을 탐구하는 철학의 한 분야다. 아바네시안은 실체와 우유성, 형상과 질료, 진리, 사변 등 형이상학의 중심 개념들을 동시대인들이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들에 접목하여 설명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소셜 미디어, 과학기술, 전쟁, 좌우 갈등, 난민, 기후 위기 등 현대 사회의 주요 이슈들과 이에 대한 형이상학적 사고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그는 나쁜 형이상학이 항상 나쁜 정치에 봉사한다고 경고하며, 형이상학의 언어를 통해 미래를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철학적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옮긴이(한정라)는 ‘미래의 형이상학’을 통해 아바네시안이 의미하는 ‘미래’가 미리 정해진 고정된 이상향이 아니라, 허구이기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예상치 못한 것과 낯선 것에 항상 열려 있는 미래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이 미래는 인식론적으로 계속 탈주하고 형이상학적 사변의 힘으로 끊임없이 구상돼야 하며, 실천을 통해 실재가 되는 허구로서의 미래라고 설명한다. 나아가, 이 미래는 기후, 동물, 해양, 지적 기계와 같은 비인간 행위자들뿐만 아니라, 비가시적인 난민들, 아직 존재하지 않은 후손들,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것들을 새로운 정치 주체로 참여시키는 미래라고 강조한다. 아바네시안이 제시하는 미래는 다분히 이질적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