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활동 시조시인 서숙희·화가 신국향 <br/>그림에세이집 ‘꽃을 놓고 돌을 쥐다’ 출간<br/>책방 수북 상주작가 활동으로 쓴 52편 글<br/>굵직한 감정선으로 채색된 그림 35점 담겨<br/>예술적 관능미·날카로운 미감 표현 위해<br/>수식어같은 이름 대신 예명 서빈·국향 사용
포항에서 활동 중인 중진 작가인 서숙희(서빈) 시조 시인과 신국향(국향) 화가가 그림에세이집 ‘꽃을 놓고 돌을 쥐다’(도서출판 득수·사진)를 출간했다.
두 작가는 예술적 관능미와 날카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수식어 같은 이름을 지우고 서빈, 국향이라는 예명으로 책을 출간했다.
‘꽃을 놓고 돌을 쥐다’에서 글을 쓴 시인 서빈은 인생 2회차를 사는 이처럼 삶에 관조적이다. 그의 글은 몸부림치듯 현란하기보다는 솔직하며, 독자로 하여금 너무 아파서, 너무 아려서 다음 행간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한다. 거기 밑줄을 그으며 오래 생각에 잠기게 하며, 맑은 눈물을 그 문장에 바치고 싶은 밤을 만나게 된다.
또한 이 책을 펼치는 순간 화가 국향의 물감 냄새와 섬세한 붓질로 마음까지 채색된다. 그의 그림에는 일상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것 같은 흔한 여자도 있고 살면서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굵은 감정선들이 난립해있다.
도서출판 득수 측은 “2024년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지원사업을 통해 책방 수북의 상주작가로 선정됐던 서숙희 시인이 8달 동안 책방에 있으면서 집필한 결과물이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독자들은 살면서 겪은 다양한 슬픔과 그리움, 운명에 관한 단편적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감정의 기복을 아름답게 타 넘을 것이고 그렇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그림에세이집은 1부 가지런한 슬픔을 보았다, 2부 하루를 백 년처럼 떠돌다가 신발도 없이, 3부 운명이라는 말을 더듬어 볼 때가 있다 등 총 3부로 구성됐으며 52편의 글과 35점의 그림을 담았다.
“아득히 다 흘러간 줄 알았던 지난날이/가시 같은 아픔으로 되돌아와 그게 사람의 일이라고 너는/내게 가만히 속살댄다.”(p.14)
“너무 아파서, 너무 아려서 다음 행간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하는 문장./거기 밑줄을 그으며 오래 생각에 잠기게 하는,/맑은 눈물을 그 문장에 바치고 싶은 밤이 있다.”(p.84)
서숙희 시인은 1992년 매일신문과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고, 1996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소설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조집 ‘아득한 중심’부터 작년에 출간된 ‘빈’까지 모두 여섯 권의 시조집을 출간했으며 백수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애린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신국향 작가는 영남대학교 대학원 한국회화과를 졸업했으며 오랫동안 순지에 먹과 색채를 사용해서 현실과 이상향의 중간을 찾기 위해 끈질기게 작업하고 있다. 지금까지 11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서울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광개토왕 미술대전 최우수상 수상, 포항 불빛미술대전 등 다수 수상했다. 경상북도 도청 안민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28일까지 갤러리 수북에서 출간기념 원화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