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타임’<br/><br/>마틴 곤잘레스·조시 옐린 지음<br/>김영사 펴냄·경제경영
일반적으로 기업의 성공 여부는 기술, 시장 적합성, 자본이라는 3가지 요소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매킨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65%는 인간관계 때문에 실패한다. 사람 간의 문제는 신제품 개발이나 자본 유치가 시급하다는 이유로 뒷전에 물러나 있다가 서서히 조직을 갉아 먹곤 한다. 문제가 눈에 보일 정도로 커졌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모닥불 타임’(원제: The Bonfire Moment·김영사)의 저자 마틴 곤잘레스와 조시 옐린은 구글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책임자로서 전 세계 수많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강의와 코칭을 진행해왔다.
책은 9년 동안 70여 개국의 스타트업 팀에서 실행하고 입증한 1일 워크숍 ‘모닥불 타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마틴 곤잘레스는 구글 ‘유능한 창업자 프로젝트(Effective Founders Project)’의 창시자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성공하는 이유를 밝히고 그 성공 공식을 전 세계에 알렸다. 70여 개국에서 수천 명의 기술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을 가르쳤으며 현재 구글에서 조직 및 인재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경영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2024년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 50인에게 부여하는 상인 Thinkers50 Radar Award를 수상했다.
조시 옐린은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공동 창립자. 구글 액셀러레이터 팀에서 근무하는 동안 전 세계 30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긴밀히 협력하며 구글 액셀러레이터가 글로벌 8개 지점으로 확장하는 데 일조했다.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사이에서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2015년 마틴과 함께 구글의 ‘유능한 창업자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며 팀 내 인간관계 개선을 위한 1일 워크숍 ‘모닥불 타임(Bonfire Moment)’을 개발했다. 현재 구글 딥마인드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능력은 있지만 독단적인 리더, 포용력은 있지만 결단력이 없는 리더 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전자의 리더를 채용하고 싶어 하는 반면, 후자의 리더 밑에서 일하고자 한다. 이 역설은 인간관계가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보여준다. 이 책은 1부에서 조직이 겪는 인간관계의 함정을 4가지로 분류해 사람 문제가 얼마나 일반적인지를 설명한다. 대표적인 인간관계의 4가지 함정은 인간관계가 더 긴급해 보이는 다른 문제에 밀려버린다는 속도의 함정, 집단사고로 인한 이너서클의 함정, 위계질서 등 기존 관행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이단아적 마음가짐의 함정, 창업자의 자신감이 지나치게 많거나 부족하거나 혹은 양쪽을 오가며 생기는 자신감의 함정을 일컫는다.
두 저자가 이러한 인간관계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개발한 것이 ‘모닥불 타임’이라는 워크숍이다. 2부부터는 모닥불 타임의 실제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모닥불 타임의 핵심은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팀원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전체 일정은 4타임으로 나뉘며, 현실 인식에서 문제 해결로 나아간다.
△1타임: 냉엄한 현실을 직시한다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다. 모든 참가자는 자기 평가를 시작하고, 다른 리더들의 데이터와 비교하여 자신의 성과를 측정한다. 마지막으로 동료 코칭을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한다.
△2타임: 숨겨진 역학을 인식한다
팀원들의 개인적 동기, 업무 스타일, 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각자 자신의 사용설명서와 같은 유저 가이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간의 공통점을 찾는다.
△3타임: 가면을 벗는다
하루 중 가장 꾸밈없고 거침없는 시간이다. ‘가식 고백 모임’이라 불리는 주요 활동을 통해 각자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간 숨겨왔던 자기 회의와 불만을 드러낸다.
△4타임: 암묵적 문제를 해결한다
공통의 해결책을 만드는 시간이다. 스타트업이 흔히 직면하는 갈등의 20가지 요인을 살펴보고 팀에서 즉시 대처해야 할 3가지 문제를 투표로 선정한 후,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다.
모닥불 타임은 리더로서, 또는 팀원으로서 숨기고 있던 불만과 어려움을 토로하고 해결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한 번의 워크숍으로 모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책은 워크숍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는 물론 모닥불 타임을 이상적인 루틴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까지 제시한다. 어떤 조직도 인간관계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미뤄두지 말고 바로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이 책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조직 내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밝혀내고 효과가 입증된 워크숍을 통해 실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리더를 위한 지침서다.
“겸손한 리더와 자신감이 과하고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이 강한 리더를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겸손한 리더들이 성과 면에서 명확한 우위를 보였다. 그들의 팀은 보다 협력적이고, 정보 공유에 한층 적극적이었다. 또한 공동 결정을 좀 더 잘 내렸고, 개인적 성공보다 집단적 성공에 열성적이었다. 다른 한편, 겸손과 높은 자신감을 겸비한 리더는 겸손하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리더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188, 189p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