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뇌성마비로 신체적 움직임은 물론 일상 대화조차 어려운 중증 장애 학생(심한 체 장애와 뇌 병변 장애)이 대구대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과정으로 이어진 9년간의 학업을 마치고 영예의 박사학위를 받는다.
9년간 그를 헌신적으로 가르쳐 온 지도교수도 올해 2월 말 퇴임으로 그와 마지막 졸업식을 함께 한다.
주인공은 대구대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 언어 청각장애아교육 전공의 유장군(27) 씨와 초등특수교육과의 최성규(65) 교수다.
유 씨는 21일 오후 2시 경산캠퍼스 성산홀 강당에서 열리는 대구대 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문학 박사학위는 물론 우수연구상, 총동창회장상을 받는다.
9년간 동고동락한 두 사람은 서로 관계를 한마디로 “콜라병 뚜껑을 따주는 사이”라고 표현했다.
콜라를 지나치게 좋아해 ‘콜라 대장’이란 별명을 가진 유장군 씨는 혼자서는 콜라병 뚜껑을 따기 어려운 심한 지체 장애를 가졌지만, 최 교수는 항상 그의 곁에서 콜라병 뚜껑을 따주던 스승이었다.
이들의 인연은 9년 전인 2016년, 유 씨가 대구대 초등특수교육과에 입학하며 사제지간이 됐다.
유 씨는 심한 장애와 가족이 없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어렵게 대학 생활을 했다.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하던 그가 대학원에 진학을 위한 입학금(300만 원)이 없어 고민할 때 그 돈을 대 준 것도 최 교수였다.
최 교수는 20여 년간 교수 생활을 하며 유장군 씨와 같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7600만 원의 장학금을 기부한 참스승이다.
학부 4학년이 된 유 씨에게 최 교수는 교사가 된 후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교원 임용시험 준비를 권했지만, 대학원 진학을 꺾지 못했다.
최 교수는 “유장군 씨는 일반 학생들과 경쟁해서도 절대 뒤처지는 법이 없었고, 오히려 더 저를 놀라게 할 때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학업에 대한 열정으로 박사과정 재학 기간 중 7편의 논문을 단독 또는 제1저자로 게재했다.
7편의 논문 중 2편은 국제학술지인 스코퍼스(SCOPUS) 등재지에 게재됐다.
이제 유장군 씨와 최성규 교수는 함께하는 마지막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
유 씨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님의 조언대로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해 경제적으로 자립한 후 미국 유학을 다녀와 최성규 교수님과 같은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며 “지금까지 공부하는 데 도움을 준 학과 교수님과 친구들, 시설 관계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학 강단을 떠나 청각장애인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실천가로 활동할 예정이다.
박순진 총장은 “최근 교육 현장은 사제지간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말이 공공연하지만 많은 교사와 교수들은 각박해진 교육 현장에서 묵묵히 학생들을 위한 헌신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며 “퇴임하는 최성규 교수와 그를 부모처럼 따른 유장군 씨가 그 본보기로 앞으로 교육 현장이 더 따뜻한 사제지간의 정으로 물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