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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 수놓은 나비의 날갯짓… 문형철 서양화가 초대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5-02-11 18:32 게재일 2025-02-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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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라우갤러리 내달 30일까지<br/>나비 주요모티브로 한 ‘꿈’ 연작 등<br/>생명의 아름다움 담은 작품 선봬
문형철作
문형철作

문형철 서양화가의 초대전 ‘반짝이는 생명’이 지난 1일부터 3월 30일까지 경주 라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서는 나비를 주요 모티프로 한 ‘꿈(DREAM)’ 연작과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담은 작품 등 총 20여 점을 선보인다.

중견 작가로서 대구에서 작업을 해온 문형철(64) 작가는 ‘생명’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자연물과 인간을 섬세하고 독창적인 색채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질감으로 시각과 촉각을 자극하며, ‘현실의 창으로 본 생명의 재현’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문형철은 영남대학교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묘사의 대상은 변해왔지만 ‘현실의 창으로 본 생명의 재현’이라는 주제는 일관된다. 생명의 재현에서 촉각과 시각이 하나의 조형 공간으로 수렴돼 색의 다성악을 이루면서 사회적 색채를 구현한다는 점 또한 문형철 작품만의 특징이다.

전시회의 ‘꿈(DREAM)’ 연작은 애벌레에서 나비로, 나비에서 꿈으로, 나에서 장자로, 장자에서 모든 너에게로 움직이는 관계를 형상을 통해 색채로 묘사한 작품들이다. 나비를 주요 모티프로 연약한 나비의 날갯짓에 차가운 금속의 무게를 더해 우리의 상식적인 정서를 ‘아포리아(수수께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작품은 인공적이고 산업적인 도시의 삶, 자본에 따라 형성되는 관계, 그 관계 속의 인간의 모습을 모두 포함한 ‘관계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작가는 초기 작업부터 ‘형상’과 작품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왔으며, 이를 통해 생명의 감각을 섬세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나비가 꽃송이로 사라지거나 꽃송이에서 나비의 무리가 출현하는 등 경계가 나뉘지 않는 극적인 전환이 일어나며, 이를 통해 색채의 변주를 통해 생명의 감각을 실현한다. 또한, 작가는 색채를 통해 대상의 구조를 드러내며, 이를 통해 움직임과 흐름을 만들어내는 독창성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모습을 다루거나, 망 위에서 떠도는 배아, 과다 노출된 듯한 색감 처리 등을 통해 산업적이고 자본의 상징 숲을 배회하는 형상들을 표현하며, 풀, 잎사귀, 배아, 나비 등의 형상을 자연스럽지 않은 색감으로 묘사해 기술 사회적인 색채를 드러낸다.

문형철 작가의 일명 ‘나비꽃’ 그림은 감각적으로 신기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간단한 듯하면서도 끝나지 않는 감각의 바이브와 물리적인 진동이 작품에 상존하며, 이는 주관의 내면에서 유래한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주관의 내면과 추상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현실감이나 허구적인 이야기를 생산하는 ‘그 현실’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철저하게 손으로 그린, 성실과 반복의 노동집약적인 작업 속에 쌓여가는 실천지로 작가는 사실과 허구의 혼합적인 ‘기술이미지의 기미’로 동시대 현실을 재현한다.

문형철 작가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제1회 매일미술대전 대상 수상, 제1회 공산미술제 특선, 제17회 대구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하며 청년 작가로서 주목받아 그 입지를 굳혔다. 현재는 경북 청도의 작업실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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