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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 사이의 예술가, 파울 힌데미트

등록일 2025-02-09 18:32 게재일 2025-02-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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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객원기자의 클래식 노트
박정은 객원기자
박정은 객원기자

헤르만 헤세는 말했다.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 보려고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우리는 살아가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내면의 소리대로 살아가고 싶은 이상과 지금 여기를 살아야 하는 현실 사이의 격차는 종종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 갈래에서 의지로 장벽을 넘어 한계를 제약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기력함을 느껴 현실과 타협하기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파울 힌데미트(1895~1963)는 이러한 격차를 극복하고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인 고찰을 한 대표적인 인물로, 1895년 독일 하나우에서 태어났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 작곡가로 활동하며 20세기 독일 음악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음악은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곡들, 현대음악 초기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곡들, 그리고 바로크 양식과 현대음악의 결합을 지칭하는 신고전음악 스타일의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초기에는 의도적인 불협화음과 과감한 화음 진행이 많았지만, 점차 낭만적인 선율과 익숙한 조성의 흐름 아래 작곡했다.

힌데미트는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으며, 1914년에는 프랑크푸르트 음악원에 입학하여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그의 스승인 아돌프 레브너는 자신의 4중주단에 그를 합류시킬 정도로 그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같은 해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관현악단 부악장으로 입단했고, 1917년에는 악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그는 비올리스트로 활동하며 비올라를 위한 곡을 쓰는 데에도 많은 애착을 보였다. 특히 그의 관현악곡에서는 비올라가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

그의 음악적 삶은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바이올리니스트에서 비올리스트로, 연주자에서 작곡가로, 불협화음에서 협화음으로, 나치 정권의 협조자에서 망명자로. 순수 독일 혈통인 힌데미트는 그의 대표작 ‘화가 마티스(1933~34)’를 통해 나치 정권과의 갈등을 겪었다. 이 작품은 힌데미트가 직접 대본까지 작성한 오페라 교향곡으로, 귀족에 대항해 농민의 편에 선 화가 마티스의 행적을 찬양하고, 억압의 시대에 살고 있는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는 등 나치 정권을 자극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로 인해 그의 음악은 ‘타락한 음악’으로 분류됐고, 결국 그는 미국으로 이주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작곡가로서 힌데미트의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업적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아마추어 음악을 작곡했다는 점이다. 불협화음이 난무하는 현대음악은 일반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이러한 현실에서 힌데미트는 실용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는 단순히 재즈나 팝과 같은 특정 장르의 음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음악(실제 사용을 위한)’이라는 개념으로 작곡한 것이었다.

그는 쉬운 곡들을 작곡함과 동시에 청중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무대를 없애고 청중과 연주자의 경계를 없앴으며, 서로 가까이서 교감할 수 있도록 해 청중이 더 쉽게 음악을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음악적 성향은 힌데미트가 결국 현실적으로 따르게 된 19세기 낭만주의 음악 사상을 거부하는 ‘신고전주의’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힌데미트는 초보자도 연주할 수 있는 ‘기악합주를 위한 학교용 작품’을 작곡했으며, 어린이들도 쉽게 연주하며 노래할 수 있는 ‘우리 함께 마을을 만들어요’라는 노래극도 만들었다. 이처럼 그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요구하는 바를 잘 수용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과거와 현재,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파울 힌데미트. 우리는 현실을 선택한 사람을 보고 진실되지 않다고 비난할 수 없다. 오히려 한층 더 성장한 자아를 확립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고 설레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이 타인의 인정과 편의일 수도 있고, 오로지 나의 열정일 수도 있다. 힌데미트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지치지 않는 노력과 열정을 기울이면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갔다. 인간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을 피할 수 없지만, 이를 넘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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