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무용단 창작공연<br/>내달 7일 포항문예회관 무대<br/>태평무·승무·살풀이 등 독무<br/>모두 군무로 변화, 개성 더해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민속춤을 재해석한 창작 공연 ‘상선약수’(上善若水)가 포항 무대에 오른다. 포항문화재단은 오는 3월 7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개최할 올해 첫 기획공연으로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상선약수’를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연은 김충한 예술감독이 지난해 6월 부임 후 상반기 정기공연으로 처음 선보여 호평받은 작품이다. ‘상선약수’는 노자의 도덕경 8장에 나오는 말로,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공연은 일무, 태평무, 승무, 탈춤 등 민속춤을 변용한 총 여덟 편의 춤으로 구성됐다. 민속춤의 대표 종목들을 해체·재구성해 새로운 시대 감성을 불어넣었다. 특히 그동안 민속춤의 원형을 그대로 선보였던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민속춤에 변화를 모색해 정기 공연으로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평무, 훈령무, 승무, 살풀이 등 주로 독무로 공연되는 민속춤들을 이번 공연에서는 모두 군무로 구성했다.
‘상선약수’는 ‘프롤로그’, ‘태평연월, 그 오래된 염원’, ‘일만 년의 기상’, ‘법고(法鼓)는 그리움을 부르고’, ‘마음이 들고 나니 인연의 바다라!’, ‘술잔을 피해가는 학(鶴)’, ‘흩어진 가락의 자유’, ‘또 다른 나를 찾아서’, ‘조화로운 기억’, ‘에필로그’에 이르는 10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에서는 궁중 춤을 숭상하는 민속춤이 일상을 품고 어울림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무’는 문무와 무무의 인위적 구별 없이 ‘일무’의 기본 틀에 정제된 근대 한국 춤의 화려한 위상을 부각한다.
‘태평연월, 그 오래된 염원’에서는 섬세한 버선발 디딤과 화려한 사위를 실은 시선이 우리 음악을 주조하는 악단과 조명의 도움으로 춤의 목적에 이른다. ‘일만 년의 기상’에서는 군을 지휘하는 훈련대장의 모습을 그린 훈령무, 남성 군무가 대취타의 웅장함을 운용하며, ‘법고는 그리움을 부르고’에서는 승무를 위한 타악 도구들이 진설된다.
‘마음이 들고 나니 인연의 바다라!’에서는 살풀이춤이 응축된 내부의 기를 모아 꾸밈없이 수수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춤을 보여준다. ‘술잔을 피해 가는 학’에서는 마당 춤 한량무가 동작이 활발하고 오락성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흩어진 가락의 자유’에서는 산조춤이 거문고 산조를 앞세우고 상큼한 춤을 보여준다.
‘또 다른 나를 찾아서’에서는 해서 지방의 탈놀이인 탈춤이 신명을 내고, ‘조화로운 기억’에서는 장구춤이 신명의 시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는 전통춤이 하나가 돼 노래하며, 장구한 역사 속에 민족정신을 흡수, 반영하면서 특유의 몸짓이 돼 공동체적 화합 정신이 담긴 민속춤이 된다.
김충한 예술감독은 “우리 춤의 뿌리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교각의 견고함이 아니라 그 사이를 넘나들며 도도하게 흐르는 물줄기의 변화무쌍함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공연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우리 춤의 전통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받는 ‘상선약수’는 전통춤의 범주와 확장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