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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지 못한 천재 클라라 비크

등록일 2024-12-23 19:50 게재일 2024-12-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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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객원기자의 클래식 노트
박정은 객원기자
박정은 객원기자

클래식 음악 하면 떠오르는 작곡가들이 있다. 전공을 하지 않아도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각 시대별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이름은 대게 비슷하게 떠올려진다. 바로크 시대의 비발디, 바흐와 헨델, 고전시대의 모차르트, 하이든과 베토벤, 낭만시대의 슈베르트, 슈만, 쇼팽, 멘델스존과 리스트, 인상주의의 드뷔시와 라벨, 그리고 현대시대의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에프, 그리고 존케이지 등 모두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각 시대별로 추구하던 음악적 특징이 있고, 역사적 스토리가 있다. 위에 나열한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은 지금까지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주가들은 끊임 없이 다양한 해석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필자는 검색을 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지식보다 현재까지의 전통적인 접근을 벗어나 독자들이 쉽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시각으로 음악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클라라 비크(결혼 전 이름)’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일 것이다. 사실 당시에는 클라라가 유럽의 찬사를 받고 있는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고, 오히려 로베르트가 ‘클라라의 남편’으로 유명했다. 그는 유럽 전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활발히 활동하였으며 1300회에 이르는 연주회를 하였다. 커튼콜을 무려 13번이나 받아본 비르투오소이다(기교가 뛰어난 전문 연주자). 클라라는 부유한 집안의 여식들만이 교육을 받는 특권을 누리던 19세기에 운좋게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여성으로써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또 결혼과 함께 가정을 돌봐야하는 제약 때문에 오늘까지 전해진 그의 작품 수는 많지 않다.

“나는 한 때 내가 훌륭한 재능의 소유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난 그 생각을 포기해버렸다. 여자는 작곡을 하려 해서는 안 된다. (중략) 비록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내게 작곡을 시키려 했다 해도 여자가 작곡을 한다는 것은 오만한 짓이다.”

1839년, 클라라는 그녀의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시대상 여성의 지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더 많은 곡들이 세상에 알려졌으리라.

필자는 미국 일리노이에 위치한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유학시절을 지낼 때 처음으로 클라라 슈만의 곡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의 곡들을 쳐보게 되었다. 처음 접했던 곡은 작품번호 17번인 ‘피아노 삼중주’였다. 바이올린, 첼로 그리고 피아노로 구성이 돼있는 이 곡을 앙상블 수업시간에 발표를 해야 했다.

클라라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것은 ‘내가 쳐봤던 여러 슈만 곡들과 굉장히 비슷한 음악적 특징과 느낌을 가지고 있구나’였다. “성격대로 연주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슈만과 클라라는 서로 성격적으로 비슷한 점들이 많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서로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던 지점이 궁금하기도 하다.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결혼 후 하나가 되어 만들어지는 곡들이 더욱 비슷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실제로 음악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작곡 스타일도 매우 유사하다. 함께 대위법을 공부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동시에 각자만의 음악적 특징도 가지고 있다.

슈만 부부는 보수적인 음악적 신념과 관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와는 반대이던 리스트와 바그너를 좋게 보지 않았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클라라는 브람스나 요제프 요하임과 함께 보수적인 음악을 수호하고 보존하려는 음악가 집단을 만들기까지 했다. 바그너는 클라라와 같은 음악적 보수주의자들을 향해 “메시아를 기다리는 음악 절제 협회”로 묘사하며 놀리기까지 했다. 슈만 부부는 많은 작곡가들이 신음악을 좇을 때 그에 휘둘리지 않고 전통적 음악 기법을 고수하는 고집이 있었다.

슈만은 결혼 후 클라라가 예전처럼 활발히 활동하기를 원치 않았고, 순회 연주도 그만두길 바랬다. 클라라에게는 슈만의 사망 후 많은 곡들을 작곡할 수 있는 40년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남편이 쓰러진 후 작곡을 중단해 그의 폭넓은 음악세계를 확보하지 못했다. 다행히 클라라의 음악 작품은 20세기 후반부터 점점 더 주목을 받고 있으며 많이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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