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사회. 결혼은 삶의 필수항목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20대 중후반, 늦어도 30대 초반이 되면 친구들의 결혼식 참석으로 주말이 분주했다. 부어라 마셔라 또래가 모인 피로연도 시끌벅적했다.
세태는 급격하게 변화했다. 21세기에 들어선지 24년. 이제 20~30대에게 결혼은 ‘선택’이 됐다. “월급을 모두 가져다주고, 가사까지 도우면서도 잔소리나 듣는 결혼을 왜 하냐”고 냉소하는 젊은 남성과 “내가 무엇 때문에 남의 엄마, 아버지까지 신경 써서 모실 것인가” 회의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상 기자의 주변을 둘러봐도 30대, 40대 미혼남녀가 흔전만전이다. 억지로 이성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겠다는 사람들이 드물어지고 있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
남녀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결혼에 관한 환상이 무너진 것에 더해 갈수록 피폐해지는 한국의 경제 상황도 ‘결혼 사양’의 냉소적 분위기를 심화시킨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업체의 발표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명 중 9명(89.6%)은 ‘한국은 돈이 없으면 결혼하기 힘든 사회’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같은 조사의 응답자 82.9%는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답했다. 결혼에 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응답자들은 ‘안정적 주거 마련의 어려움’(57%)과 ‘경제적 상황이 여유롭지 못함’(41.4%)을 결혼이란 장벽이 높아 보이는 이유로 지목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돈이 있어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결혼식장에 나란히 선 신랑, 신부를 보기 힘들어진 시대가 가까워졌다. 아니 이미 왔는지도 모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