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 없고<br/>수유실은 출입 못 해… 개선 필요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육아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란 인식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공원이나 관광지 같은 곳에서 아빠들이 아기띠를 메고 기저귀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는 아빠들의 공동육아가 과거보다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빠들의 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다르게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다중이용시설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아빠들이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는 장소가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는 거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15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 김 모(37·포항시 북구 두호동)씨는 “평소에 아이를 데리고 자주 외출한다. 그런데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나 이유식을 먹여야 할 상황이 오면 힘들다. 기저귀 교환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차에서 갈기는 하지만 육아하는 아빠들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줬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은 일반적으로 아빠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인데 반복되다 보면 아이와의 외출은 줄어들게 된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4월 기혼남녀 480명 (남 212명, 여 2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10%가 아빠 육아 시 생활 속 가장 불편했던 점으로 ‘수유실 출입’을 꼽았다. 주요 의견으로는 ‘남자 화장실 내 기저귀 교환대 설치’, ‘남성의 수유실 출입 불가에 따른 불편함’ 등을 말했다. 이런 상황이 개선이 없이 계속된다면 힘들어지는 쪽은 아빠보다는 엄마다.
아빠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수유실은 공공장소 및 다중이용 시설의 ‘이용하기 편한 곳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이곳은 엄마와 아기, 수유부만 이용 가능한 수유실인 모유 수유·착유실과 아빠를 포함한 육아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가족 수유실이 있다. 대형 마트와 쇼핑몰 같은 곳에서는 아빠들이 방문하기에 불편하지 않은 수유실과 영유아 휴게실이 넓게 잘 갖추어져 있어 아이와 휴식하기에 좋다. 기저귀 교환도 유모차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모습의 공공시설이 아니라서 아빠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경북에는 174개의 수유 시설이 있고 그중 포항이 18개로 가장 많은 수유실이 설치되어 있다. 아이와 외출 시 수유 정보 알리미를 통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되어 있지 않는 등 개선할 곳도 많다. 현행법은 남·여 화장실에 각각 1개씩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지만 법 적용이 장소마다 다르고 소급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포항시 환경정책과 공중화장실 관계자는 “남·여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 설치가 규정에 있지만 개선의 여지가 필요한 것 맞다”고 말했다.
공동육아를 위한 육아 휴직이나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 제도 지원 확대는 아빠들의 육아 시간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육아 방식을 바꾸지는 못한다. 육아 방식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저출산이 국가비상사태라 불릴 만큼 위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아빠의 육아 참여가 중요한 한 가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이런 공공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을 육아하는 아빠들이 이용할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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