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중국 일부 지역에선 자포니카종의 쌀밥을 먹는다. 쫀득쫀득하며 찰기가 도는 쌀이다. 씹다 보면 은근히 단맛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동남아 등지에서 먹는 안남미라는 별명의 인디카종 쌀은 그렇지 않다. 찰기가 없고 밥알이 흩어진다. 접시에 놓인 쌀밥을 젓가락으로 마시듯 먹는다.
찰지고 맛있는 우리나라 쌀이 소비가 영 안돼 문제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소비가 줄어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골몰한다. 작년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나타났다. 쌀 소비 관측을 시작한 196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쌀값도 작년 10∼12월 80kg들이 한 가마가 평균 20만2797원 하던 것이 지난달에는 17만6628원으로 뚝 떨어졌다.
쌀값이 10달 넘게 폭락하자 성난 농민들이 추석을 앞두고 논을 갈아엎는 일까지 벌어졌다. 쌀 재배 면적을 줄여도 선진농법의 도입으로 생산량은 오히려 더 늘어나 쌀값을 안정시키는 게 쉽지 않다.
지난해 소비량 기준으로 한 사람이 하루 밥 한 그릇도 채 먹지 못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우리 속담에 한국인은 밥 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기운이 없어 축 늘어졌을 때 밥 굶지 말고 다니라는 위로의 말이다. “밥 심이 보약”이라는 말이 안 통하는 요즘이다.
정부가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쌀소비 촉진을 권장하고 있으나 효과는 별무인 모양이다.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쌀을 주류 등 식음료 재료로 권장하고 있는데 그것도 신통찮다고 한다.
쌀밥 먹는 것이 소망인 시절도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이젠 쌀밥이 찬밥 신세가 된 꼴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