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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담긴 일제 강점기 ‘가혹한 일상’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4-08-18 18:46 게재일 2024-08-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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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진흥원, 민간 소장 사진<br/>근대기록문화 아카이브 공개
1930년대 중반 공립이리농림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매일 일정한 시간 교내에 있는 일본 신사를 참배하던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 광복절을 맞아 민간이 소장했던 자료 속에서 찾은 일제 강점기 뼈아픈 역사를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근대기록문화조사원들이 수집한 일제 강점기의 가혹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을 근대기록문화 아카이브 누리집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것.

우리나라가 국권을 상실한 지 2~30년이 지난 1930~40년대 학교와 마을에서 당연한듯 이뤄진 신사 참배나 군사 훈련, 조국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동원되며 찍은 사진들은 그래서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아카이브 속 사진에서는 1930년대 중반, 공립 이리농림학교의 학생들이 매일 일정한 시간 교내에 있는 일본 신사를 참배하고, 경성(서울)에 수학여행 간 학생들이 남산에 있는 신사를 참배한 뒤 촬영한 모습도 볼 수 있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이뤄진 신사 참배나 수학여행의 필수 코스인 남산 신사 참배는 학생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본이 원하는 신민이 돼가는 수순이었다.

1930년대 중반 공립 이리농림학교 교내에서 군사 훈련을 하며 모의 전쟁으로 진지를 탈환하는 장면을 연출한 사진, 일본 욱일기가 걸려 있고 멀리 산 위로 신사가 보이는 학교 운동장에서 군사 훈련하고 찍은 사진 등은 일제의 군국주의적 성향을 교육 현장에서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 1940년대 초 관립 경성법학전문학교에서 학생들이 군사 훈련을 받기 전에 일본 훈련대장의 훈시를 듣고 있는 모습, 1941년 강경상고 운동장에서 군사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은 당시 당연시되던 ‘황국신민화’ 과정의 한 단면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네 차례 교육령을 반포해 ‘충량(忠良)한 국민을 육성’하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았으며, 1938년 3월에는 황민화 정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제3차 조선교육령을 발표했다.

특히, 일장기와 함께 3대 강령인 국체명징(國體明徵), 내선일체(內鮮一體), 인고단련(忍苦鍛鍊)이 뒷배경으로 찍힌 사진을 통해 식민지화가 진행된 흔적도 찾을 수 있다.

공개된 사진 속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환호하며 기뻐하는 사람들, 광복 후 초등학교에서 태극기를 걸고 ‘조선독립민주국가’가 쓰인 깃발 앞에서 당당하게 학예회하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에서 나라를 다시 찾은 이들의 기쁨이 느껴진다.

한국국학진흥원 측은 “대한민국 근대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더 이상 아픔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민간의 근대기록자료를 수집하고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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