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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연극계 거목’ 김삼일·백진기의 만남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4-06-25 18:28 게재일 2024-06-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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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별이 빛나는 포항 초청작<br/>‘언덕을 넘어서 가자’ 내달 공연
‘언덕을 넘어서 가자’ 공연 모습. /포항문화재단 제공

‘포항 연극 60년 역사의 정수를 만난다’.

(재)포항문화재단은 오는 7월 12~13일 이틀간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2024 별이 빛나는 포항’ 초청작 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이만희 작, 김삼일 연출)를 공연한다.

‘별이 빛나는 포항’은 지난 2021년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성황리에 진행됐던 포항문화재단의 자체 기획 프로그램이다. 올해 역시 새로운 포항 출신이거나 지역을 지키고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해 시민에게 선보임으로써 지역 예술인들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연극 인생 60주년을 맞이하는 원로 연출자 김삼일(82)과 창단 60주년을 맞는 극단 은하의 대표이자 연극배우인 백진기(68)를 조명하는 무대다. 가슴 저편 무언가 아련함을 안겨주고, 때로는 따스한 느낌으로 또 때로는 설렘으로 다가오기 마련인 첫사랑의 감정을 담아낸다.

‘언덕을 넘어서 가자’ 포스터
‘언덕을 넘어서 가자’ 포스터

인간 내면의 정서를 사실적이며 따뜻한 시선으로 잘 표현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연출가 김삼일 씨가 작가 이만희 씨의 섬세한 감성을 무대 위에 그려낸다. 여기에 포항 연극계의 거목이라 할 수 있는 백진기 씨와 서울의 중견 배우 이태훈 씨, 변치 않는 미모와 연기력을 자랑하는 최지혜 씨가 만나 그들만의 순정을 보여준다.

연극은 함께 나이를 들어가는 초등학교 동창생인 세 친구의 우정과 함께 기억 저편에 묻어 뒀던 첫사랑의 설렘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다.

땅과 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고물상을 운영하며 자린고비처럼 살아가는 완애. 티격태격하면서도 완애 옆에서 7년째 빌붙어 살며 돈만 생기면 도박장에 달려가는 자룡. 어린 시절 남자친구들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보험설계사가 돼 팍팍한 삶을 이어가는 다혜.

칠십을 바라보는 세 사람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질투했던 옛 추억과 황혼기 우정과 사랑을 함께 공유하고 새롭게 출발한다.

무대는 완애(백진기 분)가 운영하며 사무실과 숙소로 쓰고 있는 ‘비철금속’ 고물상. “아카시아 꽃잎 향기를 풍기는 언덕을 넘어서 가자”, ‘휘파람을 불며’ 트로트가 라디오로 흘러나온다. 자룡(이태훈 분)은 완애의 공금을 슬쩍해 카바레와 게임장에서 내 돈처럼 써서 완애한테 돈 무서운 줄 모른다고 구박받아도 인생 별거 있냐며 당당하다. 첫사랑 실패로 이혼 후 한 달 15만 원짜리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다혜는 합의금 돈 천만 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들이 교도소에 들어가게 될 상황이다. 하지만 완애가 “아들 합의금하고, 주렁주렁 달린 빚부터 갚으라”며 3000만 원을 선물하는데….

마지막 장면에 거금을 털어 완애에게 라디오 선물을 소포로 붙인 다혜의 고백들로 완애와 다혜는 서로 첫사랑이었던 것을 알게 된다. 세 사람이 이스탄불 여행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노년들의 행복이 화려하게 클로즈업된다.

김삼일 연출자
김삼일 연출자

‘돌아서서 떠나라’ 등을 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이만희 씨가 연극배우 이호재 씨에게 헌정한 작품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2007년 초연 당시 ‘황혼 연극’, ‘실버 연극’으로 불리며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다.

김삼일 연출가와 백진기 배우에겐 ‘제8회 늘푸른연극제’ 초청작으로 지난 1월 6∼7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성황리 공연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김삼일 연출자는 “세 사람의 연기자가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라며 “인생은 모르지만, 저 수평선 넘어가면 행복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관객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리얼리즘 연극을 표방하는 김삼일 연출가는 1963년 KBS 포항방송국 성우로 입사한 이듬해 극단 은하를 창단하며 본격적인 연극인의 길을 걸었다. ‘대지의 딸들’, ‘별은 밤마다’ 등 지금까지 연극 총 169편을 연출했고 1983년 한국연극예술상과 2004년 이해랑연극상 등을 받았다. 그의 노력으로 포항에 뿌리를 내린 극단 은하는 1983년 포항시립극단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포항 지역에서 연극인으로 40여 년간 활동해온 백진기는 1978년 9월 포항 극단 은하에서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로 데뷔한 뒤 160여 편이 넘는 연극 무대에 오른 뛰어난 배우이자 연출자다. 공연시간 12일 오후 7시 30분, 13일 오후 3시·7시.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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