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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욱 ‘어머니의 참깨밭’ 시집 출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4-06-10 14:30 게재일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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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강가에 노을이 물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맑고 깨끗한 시
한진욱 시인.
한진욱 시인.

“풀 뽑고 이랑 세우다 거칠어진 고운 손

손톱 밑 검은 때 씻을 틈 없이

솔가지 연기 피워 차려낸

저녁상 한 모서리에

밤하늘 깨알 같은 별들이

내려앉았다

하얀 꽃 갈바람에 흩어져 가고

참깨 씨앗 저리도 여물었는데

울 엄마 지친 몸은 병이 깊어져

문풍지 바람에 우는 겨울 어느 날

내 마음도 바람 따라 함께 울었다” - 한진욱 시‘어머니의 참깨 밭’ 중에서.

포항의 한진욱(62) 시인이 첫 시집 ‘어머니의 참깨밭’(생각나눔)을 출간했다.

시집에는 1부 ‘길’, 2부 ‘세월’, ‘풍경’, 4부 ‘먼산’으로 나눠 모두 66편의 주옥같은 시들이 담겼다.

‘어머니의 참깨밭’,‘코스모스 들녘’, ‘봄비’, ‘나의 살던 고향’, ‘산사의 밤’, ‘유월의 아버지’ 등의 시편은 고향, 향수, 정 등 어릴 적 살던 고향에 대한 향수와 부모님의 정 등 들풀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간절하고 순정한 눈빛으로 형상화했다는 평을 듣는다.

표제작 ‘어머니의 참깨밭’은 깨 농사를 지으며 손이 거칠어지고 손톱 및 검은 때 씻을 틈 없이 힘들고 가난한 시기를 지나온 어머니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시인 강대환(자필문학회장)은 서평에서 “‘어머니의 참깨밭’ 시는 서정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강가에 노을이 물들어 가고 있는 것처럼 맑고 깨끗하다. 시인은 그리움의 전형, 그리움의 화산이다. 사유와 사색이 가물거리는 기억의 끝을 붙잡고 사색의 통로를 개척해 나가는 그 모습은 물질만능화로 자칫 사장될 수 있는 휴머니티를 꽃피우는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마로산성’에서는 백제 시대에 축성된 전남 광양의 4대 석성 마로산성에 대해,‘아버지의 마당’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애잔함에 대해, ‘다시 찾은 학교 길’은 어렸을 때 다녔던 초등학교, 꿈을 키웠던 공간에 관해 이야기했다.

‘어머니의 참깨밭’시집 표지.
‘어머니의 참깨밭’시집 표지.

“살아도 살아도 낯선 도시의 불빛/ 흐느낄 수조차 없는 고달픔이 밀려올 때/ 기억 속에 어둑한 강둑길 찾아가면/ 달빛 물든 코스모스 어서 오라 손짓하였다….”-‘코스모스 들녘’. 그밖에 ‘달맞이꽃’, ‘능소화’ 등에서는 젊은 시절 힘들었던 시인의 마음을 고향처럼 위로해 줬던 꽃들에 대한 추억을 노래했다.

한진욱 시인은 “모두가 힘들고 가난한 시기였지만 자라고 성장하는 동안 세상은 넓은 황금빛 들녘과 푸른 강, 그리고 맑고 높은 하늘이 어우러진 아름답고, 사람들 사이에는 정이 넘쳤다. 그러다 보니 어른이 된 후에도 마음속에는 늘 그런 풍경들이 잔상으로 남아 있었고, 시의 방향성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며 “물밀듯 밀려드는 말들, 다 소화하지 못해 밀리고 밀리다가 내 서랍에 갇혀 있던 말들을 이제야 세상에 내보낸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한 시인은 경주에서 태어나 포스텍 대학원을 졸업한 뒤 포스코 니켈 법인 SNNC 전무, 포스코 E&C 전무로 재직하다가 지난 1월 퇴직했다. 현재는 포스코 E&C 자문위원으로 있다. 2017년 ‘어머니의 참깨밭’으로 ‘지필문학상’ 신인상을 수상, 등단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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