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선수로 29년만에 금<br/>할머니 유언에 일본 국적 포기
한국 여자 유도의 간판 허미미는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만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서 기쁘고 행복하다”며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의 일원이 된 게 자랑스럽다”며 “아버지도 많이 기뻐하셨다”고 전했다.
허미미는 지난 2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연장(골든스코어) 혈투 끝에 반칙승으로 꺾고 우승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1995년 61㎏급 정성숙과 66㎏급 조민선 이후 무려 29년 만이다.
허미미는 특별한 이력으로 더욱 큰 관심을 받았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재일교포 출신 허미미는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는 유언을 듣고 일본 국적을 포기한 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2022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데뷔한 뒤로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굵직한 성과를 내며 한국 여자 유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허미미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기도 하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점이 부각돼 경기를 치르는데 부담스럽지 않나’라는 질문에 허미미는 “부담보다는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허미미는 세계 챔피언이 된 만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같은 체급 경쟁 선수들의 도전 대상이자 견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왼쪽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서 치료받고 있지만, 잘 준비해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며 “올림픽에서도 몸 관리를 잘해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세계최강 데구치를 꺾은 소감에 관해선 “첫 맞대결에선 패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승리해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허미미는 수년 전까지 한국말로 의사소통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그동안 한국말이 많이 는 것 같다’는 말에 “한국에 온 뒤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귀국한 허미미는 이틀간 휴식을 취한 뒤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파리 올림픽 대비집중 훈련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