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안다는 것’<br/>웅진지식하우스 펴냄, <br/>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인문
‘인간의 품격’, ‘두 번째 산’ 등의 저서를 펴내며 전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올린 데이비드 브룩스의 신작 ‘사람을 안다는 것’(웅진지식하우스)이 번역 출간됐다.
미국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저명한 자유기고가·작가로서 이름을 알린 ‘보보스’와 ‘소셜 애니멀’에서 해학과 풍자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날카롭게 포착하던 브룩스의 글쓰기는 언제부터인가 달라졌다. 인간성과 공동체의 회복에 대해 타인과 연결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가 꾸준히 탐구한 ‘사람과 관계’라는 화두가 이 책으로 훌륭하게 완결됐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우리 삶에서 관계로 인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사람을 아주 깊숙이 알아가는 일이 상대방과 나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넓혀가는지에 대한 경험과 연구, 사례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심리학, 철학, 문학, 신경과학을 넘나들며 길어낸 통찰은 한 가지 주제에 깊게 몰두한 저자의 저력을 보여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한다.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일수록 서로의 마음을 읽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그들은 상대방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에 점점 무지해진다. 이 책은 그동안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던, 혹은 회피해왔던 나의 인간관계 경험과 그 경험을 만들었던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끔 한다. “한 사람을 알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해본 적이 있는가?” 브룩스가 책 전체를 관통해 던지는 이 질문은 다른 사람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일에 관해 한층 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브룩스는 이 책을 통해 도덕성의 의미를 새롭게 구축한다. 철학자 아이리스 머독은 “도덕성이란 추상적인 보편 원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도덕적 행위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정의롭고 사랑스러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고 비도덕적 행위란 다른 사람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은 사소한 행위의 누적으로 점차 위대해진다.
브룩스의 전작들과 차별화되는 이 책의 백미는 ‘사람을 아는 것’에 관한 방법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된다는 점에 있다. 상대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정치적 성향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는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려면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은 다른 사람을 올바르게 바라봄으로써, 그 사람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게 만드는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도록 돕는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