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비서실장 직접 사퇴 요구 <br/>낙천 불안 친윤계도 압박 목소리<br/>비주류 일각 韓위원장 지지 의견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대통령실과 여당 측 인사가 한 위원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에게 직접 사퇴를 요구했고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했다. 이러한 사실이 전해지자 당내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냐는 불안감이 퍼지는 양상이다.
당내 친윤계도 ‘한 위원장의 사퇴’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대통령 당선인 수행실장을 지낸 친윤계 좌장 이용 의원 등이 단체 대화방에 김 여사 사과 문제와 관련한 글을 올려 한 위원장을 직격하기도 했다. 이들은 ‘김건희 여사 사과 불가론’,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한 위원장이 이번 총선 공천을 본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쓰고 있다며 ‘자기 정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취임 일성부터 주류 희생을 강조해온 한 위원장이 공천을 주도하면 낙천이 우려되는 친윤계의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 등 친윤 인사들도 한 위원장의 사퇴 압박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스스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여권의 강성지지층이 보내는 환호와 열성에 도취했다”며 “급기야 그가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자기 암시를 강하게 걸기 시작했고, 그것이 만든 환상에 완전히 젖어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역 의원들로부터는 과거 ‘나경원·김기현 연판장’ 사태와는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도 전날 밤부터 침묵이 이어졌고 공개 발언도 가급적 자중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구·경북(TK)지역 의원들도 22일 오후 정국 상황을 의논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갖기로 했었으나 돌연 취소했다. 상황이 불거지자 당 안팎의 잡음을 유발할 수 있는 모임은 자제하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당위원장인 송언석(김천) 의원은 “최근의 정국 상황과 관련해 의원들의 고견을 듣고자 부득이 긴급회의를 소집하오니 꼭 참석해달라”고 전날 경북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가 이날 당일 “오늘 예정됐던 경북 의원 모임은 취소됐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비주류 일각에서는 오히려 한 위원장을 지지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경준 의원은 SNS에서 “(지방선거 서울시당 공천 때) 모 인사들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공천을 하지 않을 것이면 내쫓겠다는 식의 협박을 받았다”며 “당선인의 뜻이라고 팔았지만 모두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는 인간들의 거짓이었다”고 썼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에 대해 반대한다”며 “정치를 처음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보완하고 도와주면서 나아가야지, 한두 번 삐끗 실수가 있다고 해서 또 바꾸면, 김기현 체제가 나가고 새 체제가 들어선지 얼마 안 돼서 자꾸 이렇게 지도 체제를 허물면 총선을 어떻게 치르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